환율 1500원대 우려…LCR비율 하락 가능성↑
계엄사태 당시 하루새 달러예금 9300억 빠져
수출입 기업체 시중에 몰려있어…지방 안정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외화예금 이탈이 우려되자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와중에 지방은행 홀로 강달러 역풍을 피해 갈 것이란 전망이 나와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외화 LCR 비율)은 평균 161.8%를 기록했다.
외화 LCR은 은행이 외화 유동성 충격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30일 동안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외화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외화 LCR 비율은 환율이 오르면 외환파생거래 관련 증거급 납부 부담이 커지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강달러 기조는 지난달 발발한 12.3계엄사태와 미국의 금리정책 충격이 주요인인 만큼 곧 확인될 4분기 외화 LCR 비율은 3분기 대비 떨어졌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영향이 외화 LCR 비율 하락세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연말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1500원대 돌파를 우려하는 시점이 도래한 만큼 외화 LCR비율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높아진 환율로 인한 은행들의 외화 건전성 점검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를 기점으로 1400원대에 진입했고, 당월 26일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5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46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환차익을 노린 외화예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12.3계엄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3~4일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총 잔액은 하루 새 6억5504만달러(약 9300억원)가 빠졌다. 다만 5일 들어 609억3049만달러로 잔액이 늘며 2일(611조7880만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이를 두고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고점을 달성하며 외화를 처분해 환차익을 내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방은행의 경우 총 자산 중 외화자산 비중이 적어 강달러 흐름에 따른 손실 위험이 적단 평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의 평균 외환거래이익은 2조2230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4조5405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으며, 국민은행 2조1341억원, 신한은행 1조5995억원, 우리은행 618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지방4대은행(경남·광주·부산·전북)의 평균 외환거래이익은 775억원에 미쳤다. 각사별로 경남은행 78억원, 광주은행 93억원, 부산은행 237억원, 전북은행 55억원이다.
손재성 웅지세무대 회계세무정보과 교수는 “외환은 수출입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는데 이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체들은 시중은행과 거래하기에 지방은행은 외환 리스크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트럼프 2기 정책상 현재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 부담스럽고 반면 한국은 내려야만 하는 상황으로, 이에 따른 환율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