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시크의 R1부터 일론 머스크의 그록(Grok)까지,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다. 신기술이 쏟아지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소스와 폐쇄형, 초대형과 경량형 모델이 동시에 부상하며 AI의 성장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인프라, 데이터, 정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딥시크의 R1은 저비용 대비 높은 성능으로 업계에 충격을 줬다. 모델 경량화 수준을 넘어 실시간 학습과 트랜스포머 구조 개선을 통해 성능의 저하 없이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긴 문맥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메모리 효율을 최적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딥시크는 이를 기반으로 의료·법률·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을 개발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딥시크의 부상은 새로운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픈소스 전략이 기술 유출 논란을 촉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AI 기술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때문에 국내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딥시크 사용 규제를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술 패권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과 경량 모델은 서구 중심의 AI 패권 구도를 흔들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보안을 이유로 폐쇄형 모델을 유지하려는 기업들과의 대립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은 기업 중심의 경쟁 구도로 유지하려는 반면, 유럽연합(EU)은 AI의 개방성과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며 규제 완화에 나서려는 점도 이런 대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의 축이 기술 경쟁을 넘어 규제·정책 차원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규제와 패권 경쟁의 논란 속에서도 딥시크의 등장은 AI 산업 판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모델 중심에서 개인 맞춤형, 분산형 AI로의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온디바이스 AI와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전문 모델이 점차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편, AI 모델의 고도화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즉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확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산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AI 활용과 전통 산업의 AI 솔루션 도입을 지원하며,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데이터 보안, 윤리·편향 문제, 국가 간 규제와 협력이 얽힌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결국, AI의 미래는 기술과 정책, 윤리가 맞물린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특히, 데이터 투명성과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AI는 사회적 가치와 공존해야 할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윤리와 혁신의 균형을 맞추며, 자율주행·미래 의료·스마트 제조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및 인프라 강국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 규제와 AI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딥시크의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에서 AI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보안, 법·제도 정비,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한국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윤리가 공존하는 AI 시대, 이제 본격적인 경쟁의 막이 올랐다.
송민택 공학박사 pascal@apthef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