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중 한 척이 한국 정부와 이란 당국 간 협의를 거쳐 해협을 통과했다. 올해 2월 말 전쟁이 발발한 뒤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20일 “우리 유조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항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등 위험한 해역을 벗어나 안전한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이란 당국과 협의를 마쳤고, 그래서 어제(19일)부터 항해를 시작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통과하고 있다)”라며 “200만 배럴”이라고 언급했다. 200만 배럴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 중인 한국 유조선에 탑재된 원유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정부는 이란 전쟁 이후 4차례의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 및 약 2주간 외교장관 특사 파견, 양국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 및 주한이란대사관 등 각급 외교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우리 포함 모든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지속 요청해왔다”며 “동 건을 비롯해 유관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선박들의 안전과 통항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와 선박 위치 추적 정보사이트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최근 피격된 나무호와 같은 선사인 HMM의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다.
당초 카타르 인근 해역에 있던 이 선박은 지난 19일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선박은 이란 측이 지정한 항로를 따라 해협을 통과했으나, 이 과정에서 정부나 선사가 이란 측에 통행료나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안전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과 조율하에 이동이 이뤄졌다”며 “비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번에 선박 통행을 허용한 것이 나무호 피격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정황상 나무호를 공격한 주체일 가능성이 큰 이란이 피격 관련성을 부인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선박 통행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은 지난 18일 밤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해협 통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조 장관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나무호 피격 관련 사실관계에 관한 이란의 입장을 요구한 이튿날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있는 25척도 해협을 나올 수 있게끔 이란 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협의 대상 선박을 선정하는 데 있어 한국인 선원 다수 탑승 여부와 한국에 필요한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해협을 통과한 선박에 한국인 선원 약 10명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선박들에 자국 지정 항로를 이용할 것을 요구 중이다. 일부 선사는 이에 따른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선사나 선박을 제재하겠다는 엄포 차원의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지만,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교섭에는 이 주의보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해협에서 나온 선박도 제재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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