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전 키움 감독(오른쪽)은 2008년 전력분석관으로 히어로즈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코치와 사령탑까지 지냈다. 송성문 등 함께했던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그에게 자부심이자 자긍심이었다. 스포츠동아 DB
“자부심이고, 자긍심이었다.”
14일 키움 히어로즈의 경질 통보를 받은 홍원기 전 감독(52)은 이날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선수들을 향한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홍 전 감독은 2007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전력분석관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 2008년부터 단 한 번도 히어로즈를 떠나지 않았다. 수비코치와 주루코치를 거치며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히어로즈의 팀 색깔은 확고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홍 감독은 그렇게 성장한 선수들을 보며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가능성을 보인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렇다 보니 17년 넘도록 함께했던 팀을 떠나면서도 선수 생각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히어로즈와 함께하면서도 회사에 출근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저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만 고민했다. 코치로 일할 때는 그 부분에 보람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특히 강정호, 박병호(현 삼성 라이온즈),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는 홍 전 감독의 코치와 사령탑 재임 기간에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기도 했다. 그는 “감독이 되고 나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괴리감이 있었지만, 해외에 나간 선수들을 포함해 기량이 크게 성장한 선수들을 보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함께 유니폼을 입고 땀흘리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진심을 전했다.
키움의 주장 송성문(29) 역시 홍 전 감독 재임 시절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팀이 최하위에 처진 올 시즌에도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4홈런, 51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핵심 타자임을 입증했다. 홍 전 감독을 향한 고마움이 큰 건 당연하다. 그는 “홍원기 감독님꼐 정말 그동안 감사했던 게 많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전역 이후에도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고, 감독님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통화를 하면서도 ‘감사하고, 죄송하다. 내가 더 잘했으면 떠나지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해서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내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뿐인 스승님”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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