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뉴욕처럼 용적률 사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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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이양제 이르면 하반기 도입
문화재보호구역서 제한된 용적률
역세권서 사들여 사업성 극대화
美선 거래 중재기관 통해 사고팔아

서울시가 문화재 보존, 공항 주변 등의 이유로 개발이 제한된 지역의 용적률을 다른 곳에 넘겨줄 수 있게 하는 ‘용적이양제’ 도입을 추진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서울에서 용적률을 사고파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개발제한 지역 용적률 판매 가능해져

서울시는 용적이양제의 개념과 절차, 관리 방안 등을 담은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시행은 하반기로 예정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보호구역처럼 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용적률(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밀도)을 개발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이양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1000%인 A 지역이 문화재로 인한 고도제한 때문에 용적률을 400%밖에 못 쓴다면, 나머지 600%는 다른 개발 가능 지역으로 판매할 수 있다. 서울 사대문 안이나 송파구 풍납동처럼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사용하지 못한 여분의 용적률을 주요 역세권 지역에 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발제한지역 토지주는 못 쓰는 용적률을 팔고, 개발 가능 지역 토지주는 더 높은 용적률을 활용해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다.

해외에서는 개발권양도제(TDR)란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TDR 은행을 통해 양도·양수 지역을 중재한다. 뉴욕 ‘서밋 원 밴더빌트’는 TDR을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바워리세이빙 빌딩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용적률 약 3000%의 93층 초고층 빌딩으로 개발됐다. 일본 도쿄의 ‘신마루노우치’ 빌딩과 ‘그랑 도쿄’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빌딩으로 지어졌다.

● 국토부에 용적률 상한 건의 예정

서울시는 2011년 용적이양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용적률 중개 기구로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국내 토지 소유권상 공중권(토지 지표면과 별개로 공중 공간을 사용할 권리)이 분리돼 있지 않은 데다, 부동산등기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용도지역 변경이 불가능에 가까운 미국과 달리 서울에선 공공기여를 통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하다는 점도 제도 도입을 지연시킨 원인이었다. 시는 일단 문화유산 주변이나 장애물 표면제한구역 등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을 위주로 양도 가능한 지역을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결합건축제도(서로 가까운 지역의 땅을 하나로 결합해 용적률을 통합 적용)를 적용하면서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시는 밝혔다. 이 결과를 토대로 용적이양제의 실행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매매 가능한 용적률엔 상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조례상 일반 상업 지역은 용적률이 800%이고 상위법상 용적률은 1300%이기 때문에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500% 정도 차이까지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추후 국토교통부에 법 상한을 넘는 용적률을 매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법 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적률을 판 지역이 추후 용도 변경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법적 상한보다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면 용도지역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용도이양제에 대해서도 “전국 단위 시행은 어렵고, 서울시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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