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닌 곳 상상 못 했지만...” 기성용, FC서울 떠나 포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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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즌 뛴 FC서울과 결별... 포항행 유력
기성용, "커리어 마지막 무기력하게 끝내고 싶지 않아"
"서울 팬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잠 안 와"
FC서울, "레전드로 모든 예우 다할 것"
오는 29일 서울-포항 맞대결 예정

  • 등록 2025-06-27 오전 12:31:52

    수정 2025-06-27 오전 12:31:52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충분히 더 뛸 수 있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FC서울의 상징이었던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로 향한다. K리그를 들썩이게 한 충격적인 이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기성용은 2006년 17세 나이로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기성용은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 강력한 중거리 슈팅 등을 앞세워 팀의 주축으로 발돋움했다.

2009시즌까지 서울의 핵심으로 활약한 기성용은 2010년 1월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하며 잠시 서울을 떠났다. 이후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를 거쳐 2020년 7월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기성용은 주장 완장을 차고 변함없는 기량을 발휘했으나 지난해부터 부상에 발목 잡혔다. 여기에 김기동 감독의 구상과 맞지 않으며 점차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1년부터 3시즌 연속 리그 35경기에 나섰던 기성용은 지난해 20경기만 뛰었다. 올 시즌엔 8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전 이후로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은 부상을 털어내고 연습 경기에 나섰지만, 김 감독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적을 결심한 기성용은 구단과 계약을 해지했다. 그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걸 듣게 됐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은퇴를 결심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 축구인들이 아직 선수로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말했고 냉정하게 스스로 들여다봤다”며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욕심이 아닐까 고민도 했다”면서도 “선수 생활 마지막을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되면 최선을 다해 뛰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게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만 10시즌을 뛴 기성용은 국내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포항이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진 않았으나 기성용 측과 포항은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박태하 포항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며 “품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박 감독은 베테랑을 중용하는 지도자다. 현재 포항에는 신광훈(38), 완델손, 김인성(이상 36), 백성동(34) 등이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출전 기회를 찾는 1989년생 기성용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서울을 상징하는 스타의 이적에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팬들은 구단 훈련장과 모기업인 GS그룹 건물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내고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구단의 상징적 선수인 기성용의 홀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기성용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다”며 “서울 팬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생에서 서울 팬들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며 “힘든 시간 끝에 내린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서울과 포항은 오는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1라운드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기성용 더비’가 이뤄졌으나 기성용이 당장 포항 유니폼을 입고 서울을 상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적 절차가 남았을 뿐만 아니라, 박 감독이 당장 서울전에 출전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은 전날 SNS를 통해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 인연을 잠시 멈춘다”고 전했다. 구단은 기성용에게 예우를 다하고, 은퇴식, 지도자 생활 등도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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