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확정 소식에 삼성전자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골드만삭스가 투자 의견 하향을 제시한 SK하이닉스는 10% 가까이 급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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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오후 2시 29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6% 오른 6만 6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96% 떨어진 26만 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날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및 임직원들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열고 검사의 항고를 기각, 이 회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 회장과 임직원들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는 끌어올려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분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 회장에 대한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 심리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향후 이 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침체에 빠진 반도체 사업을 반등시킬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그에 반해, SK하이닉스 주가는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하락을 예상한다’고 한 탓이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HBM의 근본적인 수요 성장성에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가격 주도권도 점차 주요 고객사로 넘어가면서 HBM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도 HBM 시장의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세대 전환 속도 감소와 후발주자들의 기술 격차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HBM3E 8단과 12단 모두 시장 개화 첫 해 SK하이닉스의 독점 구도가 유지됐던 것과 달리, 내년 개화가 예상되는 HBM4는 독점 구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