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축구를 잃었다”… 블라터 전 FIFA 회장, 인판티노 현 회장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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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이 사우디의 축구계 영향력 확대와 지아니 인판티노 현 FIFA 회장의 세속적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출처|제프 블라터 페이스북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이 사우디의 축구계 영향력 확대와 지아니 인판티노 현 FIFA 회장의 세속적 행보를 비판했다. 사진출처|제프 블라터 페이스북

제프 블라터(89·스위스)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계 영향력 확대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3일(한국시간) 블라터가 독일 매체 ntv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인용해 그의 발언을 전했다. 블라터 전 회장은 “우리는 사우디에 축구를 잃었다(lost)”고 언급하며, FIFA가 사우디의 영향력 확대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놀랍게도 FIFA 내부에서는 사우디가 돈으로 축구계를 장악하려는 행보에 대한 어떤 반대도 없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축구계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2023년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알아흘리, 알힐랄, 알이티하드, 알나스르 등 자국 빅클럽들의 지분을 인수했고, 앞서 2022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지분 85%를 사들이며 유럽축구 시장에도 진출했다.

방송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최근 FIFA는 약 10억 달러(약 1조 3795억 원) 규모의 글로벌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 ‘DAZN’과 클럽월드컵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DAZN’은 PIF의 스포츠 부문 자회사 ‘SURJ’가 일부 소유하고 있어, 사우디의 영향력이 FIFA의 방송 사업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라터는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실상 단독 확정된 사우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극심한 더위 속 여름 대회는 건강에 해롭고 무례하다”고 지적하며, 최근 미국의 무더운 기후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대해서도 “축구가 너무 많다. 선수들과 클럽들이 충분한 휴식 없이 반복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후임 회장 지아니 인판티노에 대한 비판도 피하지 않았다. 블라터는 “모든 것이 전산 처리되고 있고, 그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판티노가 지난 5월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총회에 불참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 카타르 등을 방문한 일에 대해 “정경유착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FIFA 총회는 연기됐고, 이번 주 초 예정됐던 FIFA 평의회 회의는 결국 화상으로 대체됐다.

축구계의 권력 지형이 급속도로 중동, 특히 사우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FIFA 전 수장의 날선 비판이 제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축구의 중심이 바뀌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FIFA의 공정성과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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