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이 유럽연합(EU) 수준의 경제공동체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두 나라가 통합하면 미국·EU·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최 회장이 1~2년 전부터 강조해 온 지론으로 새삼스러운 제안은 아니지만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대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잠재성장률이 0%대로 수렴하고 있어서다.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 경쟁으로 자유무역이 옛말이 되면서 수출 중심의 양국 성장모델이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같은 느슨한 연대도 좋지만 EU처럼 강력한 경제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경제가 통합하면 6조~7조달러(국내총생산·GDP 기준) 규모의 블록으로 글로벌 공급망 및 통상질서 재편 과정에서 ‘규칙 제정자’ 역할이 가능하다. 내수시장 공유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단일 관광비자 조약만 체결해도 한국은 관광 수입 2조8000억원, 생산유발 효과 6조5000억원, 일자리 4만3000개 증대 효과가 예상(한국문화관광연구원)된다. 대한상의가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을 참조한 ‘한일판 솅겐조약’을 제안한 배경이다.
역사·영토 등을 둘러싼 갈등이 상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공동체까지 꾸리는 데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독한 전쟁을 치른 프랑스와 독일도 경제공동체를 꾸린 만큼 신뢰 구축 과정부터 착착 밟아간다면 불가능 할 것도 없다.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등 두 나라의 당면과제가 대동소이하고 경제구조도 비슷한 만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최 회장의 한·일 경제연합 제안에 “어쩌면 그렇게 저랑 (생각이) 똑같습니까”라고 화답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은 다음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논의를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