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소요 재원 8000억 원 중 4000억 원을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전 금융권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2, 3금융권의 부실 채권까지 은행 출연금으로 소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금융권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출연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은행권은 그간 소각 대상이 되는 연체채권을 자체적으로 상당 부분 상·매각했거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았다는 점도 감안됐다. 그럼에도 자산 규모가 큰 은행권이 출연금의 상당 부분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9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연내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드뱅크는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소각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113만4000명의 장기 연체채권 16조4000억 원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빚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 성실 상환자에 대한 형평성 우려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소득·재산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식·코인 등 금융투자로 인한 채무, 유흥업 등 사행성 업종과 관련된 채권은 아예 매입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도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개인이 2개 이상의 채권을 보유한 경우 1인당 탕감 한도 금액인 5000만 원 이상의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올해 3분기 세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