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무원 감축 행정명령 서명
역대 최강 연방정부 구조조정 평가
머스크, 아들 목말 태운채 브리핑
월권 비판여론 속 존재감 과시… “매일 항문조사 받는 느낌” 토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연방정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처음으로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나타나 30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머스크는 그간 반복되는 월권 및 위법 논란에 휩싸여 왔지만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사실상 회견을 주도해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실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우려를 중심으로 한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매일 항문 조사(proctology test)를 받는 것 같다”고 표현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
● 아들 목말 태운 채 대통령 옆 30분 회견
이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검은색 모자를 쓴 채 기자들로 가득 찬 오벌오피스에 들어섰다. 특히 자신의 5세 아들 ‘X’(본명 X Æ A-Xii·엑스 애시 에이트웰브)를 데리고 나타나 목말을 태우고 브리핑을 하는 등 여유를 과시했다. X는 회견 내내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주위를 오가며 옹알거렸고, 외신들은 “X가 코딱지를 파서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대통령이 주요 법안과 정책 등에 서명하는 책상)’에 묻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이해충돌 우려 및 비판에 대해 “투명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중이 잠재적 이해충돌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의 정부기관 폐지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에 따라 머스크의 회사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사나 규제가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막강한 ‘머스크 파워’에 법치주의 위기 우려
이번 행정명령에는 ‘연방 기관 책임자들이 DOGE와 협력하고 협의해 직원 규모를 줄이고 필수 직책에만 채용을 제한할 것’을 명시했다. 머스크에게 더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 또 기관별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신규 채용은 기관을 떠난 직원 4명당 최대 1명꼴로만 허용했다. 단, 국가안보, 공공안전, 법 집행 및 이민법 집행 분야는 채용 제한에 예외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능력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가 이 일(연방정부 구조조정)을 하기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현재 연방 직원 수는 군인과 우편국을 제외하고도 240만 명이 넘는다”며 “기관도 400개가 넘어 연방지출과 부채의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머스크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회 절차와 법규를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개혁은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수십 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연방 판사들은 출생 시민권 종식, 재무부 시스템 접근, 연방 직원 사직 유도 등 여러 행정명령에 대해 중단 명령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학 연구 자금 삭감 및 성소수자 관련 정부 웹페이지 삭제 등 조치에 대해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들이 우리가 부패를 찾는 일을 막으려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들은 활동가이거나 매우 정치적인 판사들”이라고 반발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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