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멕시코만’→‘미국만’ 표기거부한 AP통신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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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의 지도(오른쪽). 트럼프 정부는 11일 이에 따르지 않은 AP통신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2025.02.12. [서울=뉴시스]

구글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의 지도(오른쪽). 트럼프 정부는 11일 이에 따르지 않은 AP통신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2025.02.12. [서울=뉴시스]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을 거부한 세계 최대 뉴스 통신사 AP통신이 백악관 행사 출입 금지를 통보받았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멕시코만’ 표기를 고수하는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AP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AP의 백악관 출입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석한 가운데 연방 인력 축소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를 취재하려다 제지 당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2월 9일을 ‘미국만의 날’로 지정했다.

줄리 페이스 AP 수석부사장 겸 편집인은 성명을 내고 “AP는 매일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뉴스 기관”이라며 “표기법을 문제 삼아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독립적인 뉴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심각히 방해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제1조도 명백히 위반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AP는 기존 지명인 ‘멕시코만’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표기 지침을 밝혔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데다 멕시코만이라는 명칭이 400년 넘게 공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주류 언론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 왔다. AP는 통상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서 가장 먼저 질문해 온 유력 매체이지만,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첫 기자회견에서 뉴미디어 기자에게 첫 질문 기회를 줬다. 국방부도 7일 AP 등 주요 매체 기자들에게 기자실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백악관 출입기자협회는 이날 “백악관은 언론사에 보도 방향을 지시할 수 없다”며 항의 성명을 냈다.

반면 대표적인 거대 기술기업인 구글과 애플은 “행정명령에 다른 조치”라며 각각 10일과 11일 자사의 지도 앱에서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직 ‘걸프만’이라는 명칭으로 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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