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노후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방배15구역과 ‘방배신삼호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 들어갔고 ‘방배포레스트자이’(방배13구역), ‘방배르엘’(방배14구역) 등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방배동 재건축 단지에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를 내걸고 있어 사업이 마무리되면 부촌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공사 선정 잇달아
6일 업계에 따르면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달 22일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현장 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참여해 자동 유찰됐다. 같은 달 9일 마감한 첫 입찰에서도 HDC현산만 응찰 의사를 밝히며 무산됐다. 경쟁 입찰이 두 번 무산돼 수의계약 조건을 갖추게 됐다.
1983년 지어진 이 단지는 481가구로 구성돼 있다. 재건축 후 지하 5층~지상 41층, 6개 동, 92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방배동 재건축 단지 중 반포동과 가깝다. HDC현산이 제안한 설계에 따르면 단지 내에는 세 가지 유형의 수영장이 들어간다. 25m 정규 레인 수영장을 포함해 고급 호텔식 프라이빗 풀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인피니티 풀을 넣을 계획이다.
방배신삼호아파트 인근 단지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 단지와 맞닿아 있는 ‘방배삼호3차 12·13동’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배삼호1·2·3차’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추진위원회는 최고 49층, 999가구로 재건축할 방침이다.
지난달 초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나선 방배15구역은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차 입찰 모두 포스코이앤씨만 응찰했기 때문이다. 방배15구역은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시공권을 따내면 방배15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할 예정이다. 2023년 수주한 인근 ‘방배신동아’도 단지명을 ‘오티에르 방배’로 정했다.
◇“청약 대기 수요 많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내 노후 단지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며 청약 예비수요가 많은 방배동 정비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인기 주거지의 정비 사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배동 단지 대부분이 고층으로 지어지는 데다 아크로(DL이앤씨), 르엘(롯데건설) 등 건설사별 하이엔드 브랜드가 도입되는 게 특징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평지가 적고 노후 주택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다”면서도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1만 가구 규모의 고급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해 지역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배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그랑자이’(2021년 준공) 전용면적 84㎡는 올 3월 31억원에 손바뀜해 최고가를 썼다. 전용 59㎡의 최근 거래가는 23억7000만원이었다.
방배동에 공급된 단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청약받은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건축)는 268가구 모집에 4만635명이 몰렸다. 전용 59㎡ 유형은 경쟁률이 305.1 대 1에 달했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후분양 단지다. 지난해 6월 분양한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도 650가구에 5만8684명이 몰리며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방배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츠카운티’는 올초 100% 계약을 마쳤다. 앞선 1순위 청약에 3만4000여 명이 몰렸다.
연내 청약을 앞둔 단지로는 방배포레스트자이와 방배르엘, 오티에르 방배 등이 있다. 2217가구 규모의 방배포레스트자이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과 사당역 사이에 있다. 동덕여중과 동덕여고가 가깝다. 분양 시기는 조합 사정에 따라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