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車 호조에 6월 수출 사상최대…美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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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늘어난 598억달러…한달만에 반등
반도체 호조 속 車도 EU 중심으로 선전
관세부과 여파 대미 車수출은 18.4% ‘뚝’
이달부터 美 상호관세도 "더 어려워질 것"

  • 등록 2025-07-01 오후 12:43:48

    수정 2025-07-01 오후 1:29:48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미국발 관세전쟁 속에서도 6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함께 미국 관세 충격을 만회하려 유럽연합(EU)에 집중한 자동차 등 수출업계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미국·중국 양대 시장의 수출액이 동반 감소하는 등 관세전쟁 여파도 함께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오는 9일부터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미국 고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美 고관세 속 예상 외 호실적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올 6월 통관기준 잠정 수출액이 전년대비 4.3% 늘어난 598억달러(약 81조원)로 6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올 4월부터 시행한 고관세 정책 속 예상 외 결과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와 함께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기본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한국 수출은 그 여파로 5월 전체 수출이 전년대비 1.3% 감소하며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으나, 지난달 호실적에 한 달 만에 반등했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글로벌 업황 호조가 수출 반등을 주도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11.6% 늘어난 149억 7000만달러로 6월 기준 역대최대였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메모리 국제시세가 오른 데 힘입은 결과다. 6월 디램 고정가격은 DDR4 8Gb당 2.60달러로 올 1분기(1.35달러)는 물론 5월(2.10달러) 대비로도 더 올랐다.

2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도 전년대비 2.3% 늘어난 63억 4000만달러였다. 역시 6월 기준 역대 최대다. 대미 수출(21억 7000만달러)은 관세 여파로 18.4% 줄었으나, 대유럽연합(EU·5억 4000만달러)과 동유럽(CIS·4억 1000만달러) 수출이 각각 41.7%, 71.8% 늘며 미국시장 부진을 만회했다. 중고차 수출(6억 7000만달러)도 전년대비 67.9% 늘며 힘을 보탰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아직 (25%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가운데 (철강·차 등) 품목관세 부과에 대한 타격이 생각보다 적었다”며 “미중 무역분쟁 속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시장에서 만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한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제품(36억 2000만달러·2.0%↓)과 석유화학(33억 6000만달러·15.5%↓)은 국제유가 하향 안정 흐름 속 전년대비 줄었다. 그러나 선박(25억달러·63.4%↑)과 바이오헬스(16억 6000만달러·36.5%↑) 등 품목의 선전이 이를 만회했다.

6월 무역수지도 90억 8000만달러 흑자를 내며 2018년 9월 이후 약 7년만에 최대 폭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액도 507억 2000만달러로 전년대비 3.3% 늘었으나 수출액이 그 이상으로 늘어난 결과다.

6월 호실적에 힘입어 올 상반기 수출액(3347억달러)도 역대 최대였던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대비 0.03% 감소다. 무역수지도 27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 폭을 키웠다. 이 기간 수입액(3069억달러)은 원유·가스·석탄 국제시세 하락과 함께 전년대비 1.6% 줄었다.

미·중 양대시장 수출 동반하락

그러나 올 하반기 수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철강, 자동차에 이은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다 이달 9일부터 거의 모든 품목에 25%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업계는 대미 수출 차질 우려와 함께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중국 시장 침체와 제삼국에서의 경쟁 심화 등 복합 위기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여한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하워드 러트닉(오른쪽)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지난달 지역·품목별 수출실적에서도 그 여파가 일부 나타났다.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 수출실적이 동반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대미 수출액(112억 4000만달러)는 전년대비 0.5% 줄고, 대중 수출액(104억 2000만달러)도 2.7% 감소했다.

대아세안(동남아 10개국) 수출액이 97억 6000만달러로 2.1% 늘고, 대EU 수출액(58억달러)이 14.7% 늘어나는 등 타 지역의 선전으로 전체 수출은 늘었으나 양대 시장에선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미국 고관세 조치의 직격을 맞은 자동차와 철강은 대미 수출액(1~25일 기준)이 전년대비 각각 18.4%, 7.3%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미국의 대중 수출제재 우려 속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8.8% 줄었다.

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8일 이전이라도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통보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달 상호관세가 추가되고 반도체나 바이오 등 유예된 품목에도 관세가 붙는다면 대미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 치열하게 시장·품목 다변화에 노력했지만 올 하반기에도 수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당면 과제인 한미 관세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이른 시일 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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