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석화 구조조정한 日…"한 지역당 1개社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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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현(한국의 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에 석유화학기업은 한 개만 남긴다.’

10여년 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일본 석유화학업계가 세운 구조조정 원칙이다. 정부가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를 풀어주며 판을 깔아주자 기업들은 설비 통폐합을 통해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 기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범용 제품인 에틸렌 생산 능력을 지난해 670만t에서 2028년 430만t으로 36%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아사히와 미쓰비시가 50만t, 미쓰이가 50만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한 오카야마현에서는 3사 합작 법인을 세운 뒤 생산 능력을 50만t 규모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마루젠석유화학이 53만t, 게이요가 77만t 규모 공장을 가동 중인 미에현에서는 게이요만 남기고 마루젠석유화학은 내년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ENEOS는 가나가와현에 있는 에틸렌 공장 두 곳(100만t) 중 한 곳(55만t)만 남길 예정이며, 미쓰이·이데미쓰코산은 지바현에 있는 공장 두 곳(93만t) 중 한 곳(55만t)만 가동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 뒤엔 정부가 있다. 일본 정부는 특정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을 통해 생산 집중, 공동 투자, 공동 판매회사 설립, 과잉 설비 처리 등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 행위는 예외로 쳐줬다. 일본 정부는 또 산업활력법과 산업경쟁력강화법 등을 개정해 각 회사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덕분에 상당수 일본 석유화학업체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덜 한 고부가가치 생산업체로 변신했다. 신에쓰화학은 신사업인 반도체 소재사업 매출 비중을 단숨에 31%로 끌어올리며 세계 1위 실리콘 웨이퍼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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