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 2021년 간행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의 ‘내가 본 미래(완전판)’ 띠지에 적힌 문구다. 다쓰키는 1999년 초판에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예언해 주목받았다. 2일 찾은 도쿄 시내 대형 서점에는 이 만화책을 찾는 줄이 이어졌다. 한 일본인 주부는 “사실인지 괴담인지 모르지만,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최근 일본 SNS에선 ‘도카라의 법칙’이 화제다.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 이후 다른 곳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속설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도카라 열도에서 진도 1 이상 지진이 900회가량 발생하면서 속설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가고시마현은 재해경계본부를 설치했지만, 피해 정보는 아직 없다. 후쿠오카 지역 기상대는 당분간 흔들림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7월이 되면서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란, 세간에 떠돌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다쓰키의 대재앙 예언과 도카라 열도 지진이 맞물리면서다. 일본의 존립마저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난카이 해곡(바다 골짜기)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게 현지 우려다. 일본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루머”라면서도 대지진이 났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1일엔 대지진 발생시 피해 감소 목표를 다시 발표했다.
Q. 7월 5일 대지진 발생하나.
A. 다쓰키는 ‘내가 본 미래’에서 예지몽을 바탕으로 7월 5일에 큰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라고 썼다. 이에 노무라 료이치 일본 기상청 장관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일시와 장소, 규모를 특정하는 지진 예언은 불가능하다”며 “그런 예언은 헛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언제 어디서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다쓰키는 지난달 산케이신문에 ‘5일 예언’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 날은 아니다”며 날짜 특정은 부인했다.
Q. 도카라의 법칙은 맞나.
A. 도카라의 법칙은 2016년부터 SNS에서 화제가 됐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24년 노토반도 지진 전에 도카라 열도에서 지진이 났지만, 우연이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요코세 히사요시 구마모토대 교수는 “이번 지진은 모두 소규모”라며 “이 정도 지진이 대지진을 유발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과학대 교수는 “과학적으로 도카라 열도 지진과 대지진이 관계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관련해선 “해역이 달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Q. 난카이 해곡 대지진 가능성은.
A. 100∼150년 간격으로 일어난다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도카이 앞바다에서 규슈 앞바다로 이어지는 난카이 해곡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지난해 ‘70~80%’에서 올해 ‘80% 정도’로 상향 조정했다. 지진 발생 확률은 예상되는 지진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높아진다.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1% 정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Q. 일본인들 불안해하나.
A. 지난해 8월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가 처음 발표되면서 쌀 사재기가 일어나는 등 한동안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 쌀값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엔 일본인 대부분이 미리 대피 계획을 세우고 식료품, 담요, 기저귀, 화장지 등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올해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발생하면 사망자만 최대 29만8000명, 경제 피해는 최대 292조엔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특히 도카라 열도에서는 소규모 지진이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Q. 일본 관광객 줄었나.
A. 방일 관광객 통계가 공개된 지난 5월까지는 증가세였다. 5월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 동월 대비 21.5% 증가한 369만3300명으로, 5월 기준 역대 최다였다. 반면 홍콩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1.2% 감소한 19만3100명에 그쳤다. 풍수지리에 민감한 홍콩에서 먼저 일본에서 큰 재해가 일어날 것이란 루머가 퍼진 탓이다. 지난달부터는 한국인 관광객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행 플랫폼의 경우 지난달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과 여행 패키지 상품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급감했다.
Q. 일본 정부 대책은.
A.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1일 다시 제시했다. 11년 만에 대폭 개정한 ‘방재대책 추진 기본계획’에서 10년 이내에 사망자는 80%, 건물 파손 등은 50% 줄이겠다고 밝혔다. 새 계획에서 높이 3m를 넘는 쓰나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723개 기초지자체를 ‘방재대책 추진 지역’으로 지정하고, 205개 중점 시책의 경우 구체적 목표치를 설정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안재광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