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 옆 빈티지 의자, 현대판 책가도… 일상과 만나 되살아나는 옛것[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1 week ago 11

답십리에 이는 고미술 새 물결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 거리. 상점 밖까지 골동품이 쌓여 있어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사진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 거리. 상점 밖까지 골동품이 쌓여 있어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사진 출처 서울연구원
《 최근 한국 고미술을 찾는 이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즐기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고미술 세계에 새로운 활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골동품 애호가들만 찾던 고미술·고가구 거리가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감성의 확산과 함께 젊은 층의 성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의 몇몇 가게가 있다. 》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답십리 고미술 상가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과 장한평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다양하다. 고가구, 문짝, 도자기, 옷감, 그림, 벼루, 화로, 놋그릇, 비녀, 서적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골동품은 상점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상가 건물 복도와 거리에까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모습이 답십리 고미술 상가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답십리에는 1970년대부터 하나둘 골동품 상점이 생기다가 1980년대 초 청계천 개발을 계기로 황학동, 이태원, 아현동 등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본격적으로 상가가 형성됐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나가기가 어려울 만큼 붐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점차 인기가 시들해졌다.

1980년대 초 형성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화려한 부활을 이끈 ‘고복희’ 내부. 파란 문과 망와를 재해석한 문양, 반닫이와 함께 배치한 현대 가구 등 고미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사진 출처 김대균 대표

1980년대 초 형성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화려한 부활을 이끈 ‘고복희’ 내부. 파란 문과 망와를 재해석한 문양, 반닫이와 함께 배치한 현대 가구 등 고미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사진 출처 김대균 대표
이곳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25년 조그만 공간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그 공간의 이름은 ‘고복희(古福囍)’다. 한국 고미술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글자가 복을 뜻하는 ‘복(福)’과 기쁨을 뜻하는 ‘희(囍)’다. 고복희는 여기에 옛 ‘고(古)’를 더해 만든 단순하고 감각적인 이름으로, ‘오래된 것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서양 모던 빈티지 가구에 매료됐던 김성호, 김지은 부부가 자연스레 한국 고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모아 온 가구와 골동품을 보관하던 수장고를 고쳐 문을 열었다.

1980년대 초 형성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화려한 부활을 이끈 ‘고복희’ 내부. 파란 문과 망와를 재해석한 문양, 반닫이와 함께 배치한 현대 가구 등 고미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사진 출처 김대균 대표

1980년대 초 형성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 상가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화려한 부활을 이끈 ‘고복희’ 내부. 파란 문과 망와를 재해석한 문양, 반닫이와 함께 배치한 현대 가구 등 고미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사진 출처 김대균 대표
고복희는 수백 년 된 조선의 고가구와 르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같은 20세기 건축 거장의 가구를 하나의 결로 연결한다. 고복희 ‘아뜰리에’의 작은 방에는 파란 문과 문틀 위로 산처럼 솟아오른 문양이 공간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소장한 골동품 가운데 용마루 끝에 설치하는 망와(望瓦)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복희는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의 뿌리를 골동에서 찾아 옛것을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 곁에 두는 방법을 놀랍도록 선명하고 아름답게 제안했다. 인근에는 일상에서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을 소개하는 ‘소품상점’도 함께 운영한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바꾼 또 하나의 상점은 골동품 편집숍 ‘OF’다. ‘Old Fashioned Inspiration’(올드 패션의 영감)의 첫 글자들을 조합해 지었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성수동 팝업스토어 문화의 초기 흐름을 이끈 최원석 브랜드 디렉터다. 그는 상업 공간을 단순한 판매 장소가 아니라 소비자와 브랜드가 소통하는 미디어로 새롭게 정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측정하는 새로운 오프라인 마케팅 방식을 만들고 있다.

골동품 편집숍 ‘OF’는 조선시대 책가도를 모티브로 골동품을 전시했다. 사진 출처 고복희 공식 인스타그램

골동품 편집숍 ‘OF’는 조선시대 책가도를 모티브로 골동품을 전시했다. 사진 출처 고복희 공식 인스타그램
최 브랜드 디렉터는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브랜드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것을 낯설게 바라보며 다른 문화와 스타일을 동경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가진 미감과 생활문화,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공예와 고미술의 가치에 다시 시선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F의 공간은 조선시대 ‘책가도’를 모티브로 꾸며져 있다. 책가도는 가구와 책 등을 통해 한 사람의 취향과 지식,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전통 회화다. 벽면 가구에는 오래된 도자기와 가구, 생활공예, 작은 오브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현대판 책가도를 연상시킨다. 이 공간은 일상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며 고미술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방식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준다.

지난해 문을 연 두 상점은 올해 각자의 방식으로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 고복희는 도예가 은성민의 전시를 열었다. 은 작가는 반듯한 균형보다 조금은 연약하고 불안정한 자태 속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인간의 온기를 담아내는 도예 작업을 한다. 보통 전시장에는 작가의 작품만 배치하지만, 고복희는 고가구와 다양한 골동품을 함께 뒀다. 이런 전시 방식은 시간을 잇는 작가의 전통적 기법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과거의 기물과 현재의 작품이 서로 어우러진 풍경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고자 하는 고복희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OF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미술을 낯설고 진입 장벽이 높은 세계로 인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고미술과 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한국의 고미술과 공예를 커피, 디저트와 함께 현대적으로 풀어내 경험하게 하는 문화 라운지 카페 ‘리진’을 새롭게 선보였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가 함께 손잡고 미래로 나아갈 때 생명력을 얻는다. 이런 관점에서 답십리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한국 전통문화를 이어 가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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