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권력은 바뀌어도 역사의 길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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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대표 중견국 성취한 힘, 진실-정의-자유
권력이 원칙과 진실 대신할 때 사회 병들어
지도자와 국민의 책임감이 나라 바로 세워
李정부, 실용개혁으로 국민 선택에 답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나와 같은 일제강점기에 나고 자란 세대에게 당시 우리나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고향에서 북한의 공산정권을 겪을 때에는 나라다운 나라가 돼야 한다는 사명을 버릴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6·25전쟁의 경험은 자유민주국가의 기틀과 방향을 확립해줬다. 지금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 중견국가의 위상을 성취해냈다.

인류 역사가 걸어온 긴 과정은 살고 싶은 나라를 위한 원칙이자 세 가지 과업을 남겨줬다. 진실, 정의, 자유의 가치와 질서다. 그 뿌리가 병들거나 인간적 삶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한 국가는 세계 무대에서 존립하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북한 정권은 진실과 정의는 물론이고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까지도 포기한, 희망이 없는 사회로 전락했다.

우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존립 질서인 진실보다는 거짓을, 정의보다는 권력을 믿고 따르는 정치계로 후퇴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진실과 정의가 목적이 되지 못하고 거짓과 불의가 공공연히 사회를 병들게 하는 현실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여 주며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무엇이 그 원인인가. 정치와 경제는 국민을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삶과 정신적 가치가 유구한 희망임을 망각하고 있다. 정치를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며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본말전도의 가치관이다. 그 정도가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정신적 가치와 사회 질서는 버림받게 된다.

그 잘못된 악습이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다. 지난 2, 3주 동안 우리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태를 사회 일상생활에서 체험하고 있다.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야구 경기에서 벌어진 스타벅스 응원 구호 논란이 그렇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수사팀과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의 결탁 사건도 있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30대 개혁신당 후보의 테러 자작극 사건은 또 어떤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앞으로는 그런 사태가 근절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행정부, 사법부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독립운동가들에게는 그런 사고를 가진 이가 없었다. 공산국가나 후진 사회가 극복하지 못한, 역사적 악의 유산들이다. 거짓과 폭력은 망국의 암이다. 이를 일삼는 사람이 사회 지도자가 되면 그 국가에는 희망이 없다. 중견 지성인들까지 외면한다면 그 반국가적 폐해를 책임질 사람이 누군가. 교육자나 종교 지도자가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위선을 범하게 된다.

거짓과 폭력을 억제하는 가치와 정신적 질서는 사회 정의를 위한 선택과 노력에서 태어난다. 정의는 거짓과 폭력을 법적으로 배제할 책임을 가진 자가 지켜내야 할 의무이다. 사법부의 존엄과 생명력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지도층을 자처하는 당사자들의 필수적인 사명이다. 자유로운 지성을 갖춘 정신적 지도자들은 그 정의의 가치를 사회 질서로 승화시켜야 하고, 국민 모두가 이에 동참해야 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특전이 양심의 윤리관이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택하며 공정과 인권, 평등을 위하는 사회 중견층 국민이 애국심으로 해야 할 선택이다. 그들이 역사를 이끌어 가야 한다. 나라를 위한 책임과 권리를 함께하는 국민이 사회를 바로 세운다. 정치인들은 그 모범을 보여줘야 하고 지성인들은 그런 후배와 국민을 육성해야 한다.

요사이에는 ‘자기 정치’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보면 자기를 위한 정치는 허용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연장이라면 건전한 국민은 수용할 수 없다. 이념에 치우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을 때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이재명 정부는 자기를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자기에게 복종하고 따르는 장관들은 멀리하고 더 높은 애국적 사명을 갖춘 전문가들과 일해야 한다. 실용주의 정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정책이다. 사실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대화하며 애국적 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인사들과 같이해야 한다. 나보다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하려면 나를 따르면 된다는 무능한 인사와 함께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선택과 진로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안겨준 역사적 실패에 대한 개혁이 돼야 한다.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국민 다수가 원하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방법과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이재명 정부도 국가의 미래를 그르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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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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