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이면 썩기 마련… 지역 순환 인사로 ‘향찰 유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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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모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전남광주=뉴시스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모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전남광주=뉴시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이번 사건 수사팀장이던 광산경찰서 박모 경감을 15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성범죄 목적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을 은폐하고 수사를 축소한 혐의다.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도 입건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경력의 대부분을 전남광주 관내에서 근무한 현직 경찰(경감)이다. 특수단은 광산서 수사팀원들이 장 경감과의 인연이나 장 경감과 관련 있는 윗선의 외압 때문에 사건을 축소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입건된 경찰들은 장 경감과의 개인적 인연은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팀은 아버지 장 경감에게 아들 자취방 주소와 문 비밀번호를 알려줘 성인용 인형 등 증거를 폐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수사에서 특별한 동기 없이 피의자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넘겼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경찰끼리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향찰(鄕察) 유착’ 의혹이 생겨난 것이다.

다른 권력 기관들에 비해 경찰은 광역 지역 간 순환보직이 제한적이다. 총경급만 같은 시·도경찰청에서 3년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없게 돼 있을 뿐이다. 총경 아래 경정부터는 강제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10년간 경감이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발령난 비율은 평균 6.5%, 경위는 3.2%다. 시·도경찰청 관내에서 근무지를 옮기더라도 보통 5년 주기로 인사 발령이 난다고 한다. 장 경감은 광산서에서만 18년 근무했고, 구속된 박 경감은 30여 년 경력 대부분을 전남광주 지역에서 보냈다.

반면 검찰은 평검사는 2년, 차·부장검사는 1년마다 인사를 낸다. 최근 10년간 평검사가 다른 지검으로 발령받은 비율은 93.8%다. 국세청도 같은 보직이나 세무서에서 장기 근무할 수 없게 2년 순환인사를 원칙으로 하고, 유착에 취약할 수 있는 조사국 직원들에겐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물론 13만 경찰에게 전국 단위 강제 순환근무제를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더욱 비대해진 권력을 갖게 될 경찰 조직에 ‘향찰 세력화’를 막기 위한 통제 장치를 두는 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정 경감 등 중간간부급을 다른 시·도경찰청에 발령내는 순환인사 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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