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역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팽팽하게 맞서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법정 심의 기한을 보름이나 넘겼다. 결국 14일 밤 노사 양측의 최종안을 놓고 표결에 부쳐 경영계 안을 채택했다. 1987년 최임위 발족 이후 이번이 40번째 결정인데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9번뿐이고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도 8번에 그쳤다. 노사 모두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이라고 반발했다. 경영계는 줄곧 요구해온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데다 최종안이 당초 요구했던 동결안보단 많이 후퇴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해마다 갈등과 파행이 반복되는 것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임위는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돼 밀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 노사가 각자 유리한 지표만 내밀며 소모적인 줄다리기를 하다가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투표로 마무리하는 게 공식이 됐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산출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 힘겨루기로 결정되는 방식으로는 어느 쪽도 승복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독립된 전문가 그룹이 물가지수와 구매력 상승률 등을 반영해 인상률을 제시하고, 영국도 독립자문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실태 조사를 통해 정부에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한다. 한국도 전문가 중심의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선진국 대부분이 도입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최저임금은 노동시장의 ‘기준금리’와 같다. 당장 실업급여 등 43종의 각종 정부 제도가 연계돼 함께 인상된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불 능력을 넘어선 인상은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높이고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뺏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국가 경제와 민생에 직결된 중요한 사안을 해마다 흥정하듯 결정할 순 없다. 40년 묵은 낡은 틀을 깨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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