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대의 미래’에 집권당 운명 걸고
강 실장은 영국 노동당이 제3의 길을 통해 “노동자 중심 정당에서 성공을 열망하는 모든 이를 위한 정당으로 나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론한 것이 ‘몬데오 맨’ 전략이다. 1996년 블레어 전 총리는 포드사의 인기 중형차인 몬데오를 타는 중산층을 겨냥했다. “자신의 본능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인데, 노동당의 본능은 이를 가로막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중산층까지 노동당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영국의 중산층은 노동당에 표를 주면 세금만 늘리고 실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여겼다. 노동당은 1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18년간 야당 신세였다. ‘뉴 레이버(New Labour)’로 전환한 이후 노동당은 13년간 집권했다. 강 실장은 몬데오 맨 전략이 한국으로 치면 성공을 지향하는 중산층을 상징하는 ‘그랜저 맨’ 전략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영국의 노동당이 처했던 상황과 지금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이 똑같을 수는 없다. 블레어 전 총리가 던진 질문의 본질은 ‘왜 영국의 다수 유권자들이 노동당을 수권 정당으로 신뢰하지 않느냐’였다. 민주당 역시 왜 어떤 계층, 어떤 세대의 유권자들이 유독 집권 여당을 불신하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돌아봐야 한다.당장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세대는 2030세대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들과 중장년층의 소득·자산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눈앞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산업·노동·교육·연금의 구조 개혁까지 뻗어가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청년들의 이런 불안에는 관심이 없고, 이념적 선명성만 내세우는 86 운동권 꼰대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경고가 민주당 안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주당은 청년 최고위원을 부활시킨다느니, 청년 전담 기구를 만든다느니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정작 당권 주자들은 얼마 전까지도 20여 년 전 누가 당의 적통이었는지, 누구는 배신자였는지 하는 그들만의 족보 논쟁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일 뿐이었다.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줄고, 집값이 급등하며 격차가 확대되는 양극화는 2030세대만 맞닥뜨린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눈을 파는 집권 세력이라면 지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론부터 접어야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우선순위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다. 당내에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할 당권 주자들은 강성 당원들의 표를 의식한 듯 완전 폐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몬데오 맨 전략의 핵심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까지 품는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진영 논리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다음 달이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부터 여전히 그 속에 갇혀 있다면 자신들이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는 국정의 성공이 가능하겠나.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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