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 키우는 일이 의사 찾아다니는 모험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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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김영아 소아중환자의학과 교수(오른쪽)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4세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18세 이하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PICU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김영아 소아중환자의학과 교수(오른쪽)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4세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18세 이하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일한 PICU다. 양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매년 소아 중환자 8000명가량이 선천성 심장병, 중증 감염 등으로 입원한다. 하지만 이들을 집중 치료하는 소아 중환자실(PICU)은 전국 병원 15곳에만 있다. 병상을 모두 합쳐도 165개에 불과하고, 전문의는 34명뿐이다. 소아 중증 환자가 소아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입원 첫날 사망률이 3배 높아진다. 소아, 특히 영유아의 질병적·해부학적 특성이 성인과 완전히 다른데 약물 용량 계산부터 혈관 확보 같은 처치까지 정교한 치료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에 사는 소아 중증 환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체 소아 중환자실 병상의 60%가 서울에 있고, 전문의 70%가 서울에 근무한다. 소아청소년(0∼18세) 인구가 약 200만 명인 경기도에는 분당서울대병원 1곳에만 소아 중환자실이 있다. 병상이 6개뿐인데 전담 전문의가 없는 충북에서도 환자가 몰리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소아청소년 인구가 100만 명이 넘지만 소아 중환자실은 양산부산대병원 1곳뿐이다.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부권 소아 중환자들까지 찾아온다. 이 병원 소아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3년째 24시간 365일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비단 소아 중환자실뿐만이 아니다. 고위험 분만부터 중증 치료까지 전반적인 소아 의료 인프라가 붕괴하다시피 했다. 전국 신생아분과 전문의는 240명인데, 그나마도 서울에 157명이 몰려 있다. 다태아 임신 같은 고위험 임신부들은 서울로 ‘원정 출산’을 갈 수밖에 없다. 소아 심장, 소아 신장 등 외과적 수술이 가능한 세부 전문의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배후 진료가 무너지면 소아 중환자실은 ‘개점휴업’이 된다.

소아 의료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처한 건 낮은 수가라는 고질병에다 사법 리스크까지 누적된 탓이다. 의사들이 떠나면서 남은 의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다시 의사가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수가를 올리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지금부터 의사를 키워내도 10년 이상 걸린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소아 중환자실이 있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보다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의사를 찾아다니는 모험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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