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하나로 대접받으려 해"…서울의대 교수들 작심 비판 '후폭풍'

5 hours ago 3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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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4인이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을 향해 '미복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정면 비판하면서, 의료계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며 논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소속 강희경·하은진·오주환·한세원 교수는 공동 성명을 통해 "복귀하는 동료를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메디스태프(의료계 커뮤니티),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등에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박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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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은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의료 종사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등은 "솔직해져 보자. 응급실에서의 응급처치, 정맥주사 등의 술기를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라며, 의료계 내부의 위계를 강조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단순히 면허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로서의 권위를 주장하는 행태를 꼬집었다. 교수들은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라며, 복귀 여부를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강한 반발…"교수들이 전공의 착취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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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 4인의 발언이 공개되자 젊은 의사들과 의료계 내부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SNS를 통해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며, 이제는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면서, 교수들이 전공의와 간호사들에게 의료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수는 전공의 부재를 핑계 삼아 신규 간호사를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교수들이 실질적으로 젊은 의료진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도 "일주일에 140시간씩 일했던 수련 기간이 있었지만, 일부 교수들은 후배들에게도 그런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가혹한 근무 환경을 방조하는 교수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의료계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서도 강도 높은 반발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이 교수들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늙어서 자신이 비난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진료를 받아야 할 날이 올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과 전공의를 제외한 국민들은 제3세계 인간들에 불과한 것 같다"며, 교수들이 특권 의식에 젖어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단체 미래의료포럼 역시 성명서를 비판하며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 있을 때, 이들 교수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라며 성명 철회를 요구했다.

교수들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 침해가 문제"

의대생 복귀 비난하는 의대생·전공의 비판한 강희경-하은진 교수 (사진=연합뉴스)

의대생 복귀 비난하는 의대생·전공의 비판한 강희경-하은진 교수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성명 발표에 참여한 교수들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복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계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오주환 서울대 국제보건정책 교수도 같은 날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의 비판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복귀를 원하는 이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경한 입장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를 원하는 동료들에게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를 조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강제로 희생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 4인의 성명 발표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는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증질환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교수들이 의료계 내부의 기득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며 성명을 옹호했다. 이들은 "환자를 지키고 있는 소수의 전공의를 응원하며, 떠난 사람들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 특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의료단체와 젊은 의사들은 "기득권 교수들이 젊은 의료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고려대 의대 등 주요 대학들도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두고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일부 의대에서는 등록 기한이 이번 주(21일)까지, 대부분 의대에서도 다음 주면 등록 기한이 끝난다"며 "누군가는 이들에게 복귀를 촉구해야 할 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책임은 젊은 세대가 아닌 이전 세대의 무관심과 책임 부족에 있다"며, "이 갈등이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부양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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