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싯 “연준 리모델링비 과다…트럼프에 의장 해임 권한”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 확산 “파월 사퇴시 달러 폭락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을 거듭 압박하며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당장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파월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금리 불확실성도 증폭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ABC와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연준 리모델링 비용과 관련한 논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시킬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연준 건물 공사가 미국 역사상 연방수사국(FBI) 청사 보수 공사 다음으로 가장 비쌌다”면서 “연준이 해명해야 할 게 많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냐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는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하느냐는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연준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들이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트 국장은 연준이 본부 건물 보수 공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해 관련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서한을 지난 10일 파월 의장에게 보냈다. 백악관과 공화당에선 연준이 옥상 정원과 인공 폭포, VIP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하며 공사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난 25억달러나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트 국장은 이에 대한 답변을 연준이 7일 이내 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측근들이 금리 인하 요구를 넘어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까지 강하게 압박하면서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실제 해임되거나 사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이 타의로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이치뱅크는 12일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이 해임되면 달러 가치가 하루 만에 3~4% 폭락하고, 미 국채 금리는 0.3~0.4%포인트 급등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총괄은 “파월의 해임은 연준 독립성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는 달러와 미국 국채에 지속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파월 의장과 연준을 겨냥해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근거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근거를 찾지 못하면서 트럼프 측은 연준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파월 의장의 해임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이라는 추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