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속 헌신적 의료진, 현실에도 있었네”…결핵환자 돌보는 이 병원

5 hours ago 2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승규 국립목포병원 원장은 결핵 환자의 폐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음을 설명하고, 치료를 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현재 국립목포병원에서는 결핵 및 다른 질환을 가진 70대 이상의 고령 환자들이 무료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의료진이 전방위적으로 간병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결핵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치료간병통합지원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결핵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회원용

핵심 요약쏙은 회원용 콘텐츠입니다.

매일경제 최신 뉴스를 요약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국립목포병원 가보니
국내 2곳뿐인 국립결핵병원
치료·간병·식사까지 다 무료
환자 1명 살피는데 30분 걸려
의료진, 말동무하며 밀착관리

치료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의 욕창 방지를 위해 체위를 변경하는 모습. [사진=국립목포병원]

치료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의 욕창 방지를 위해 체위를 변경하는 모습. [사진=국립목포병원]

“이 정도면 결핵이 꽤 진행된 겁니다. 아버님이 많이 힘드셨겠네요.”

박승규 국립목포병원 원장은 화면에 폐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놓고 보호자인 엄 모씨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화면에 뜬 엄씨 아버지 폐 사진에는 구멍이 2개나 보였다. 설명을 듣던 엄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치료를 받으면 구멍은 메워지나요?”라고 물었다. 박 원장은 “한번 망가진 폐는 회복되지 않는다”면서도 “열심히 치료받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힘내자”고 격려했다.

국립목포병원은 전국에 두 곳뿐인 국립결핵병원 중 한 곳이다. 현재 환자 50여 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간병부터 식사까지 모든 것이 무료다. 환자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암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핵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의 간병이나 병문안이 어렵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는 물론, 간병이나 일상의 말동무까지 모두 의료진의 몫이다.

지난 4일 오후 2시 간호사 3명이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는 의식이 없는 90대 환자가 누워 있었다. 요양병원에서부터 의식이 없었던 이 환자는 결핵 진단을 받고 국립목포병원으로 이송됐다. 간호사들은 환자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세를 바꿔주고 전신 안마를 해줬다. 콧줄로 식사와 처방약이 잘 들어가는지도 확인했다. 그렇게 환자 한 명을 살피는데, 30분이 걸렸다.

치매 환자들이 있는 병실로 간 간호사들은 환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식사는 어땠는지, 요즘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 등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환자들은 환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병원에서 19년째 일하고 있는 김수남 간호사는 “결핵 환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소외”라고 했다. 결핵에 걸리면 주변 사람은 물론, 일부 의료진까지 외면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간호사는 “일부러 내 부모님이라는 마음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며 “오히려 이곳에서 치매가 호전되는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밀착 관리는 국립목포병원이 가진 전문성의 핵심이다. 결핵은 6개월 이상 10개 정도 약을 매일 먹어야 치료할 수 있다. 환자들은 며칠만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 원장이 “결핵 치료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이 옆에서 살펴봐주고 격려하는 게 치료에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요양병원에 있다가 결핵에 걸린 환자들이 오갈 데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2016년부터는 민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국가가 입원, 치료 등의 비용을 지원하지만 고령 환자들은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목포병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던 ‘치료간병통합지원사업’을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국립결핵병원을 안내하고 이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사업이 도입된 이후 국립목표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모시기 위해 전국을 다닌다. 최근에는 환자 한 명을 위해 목포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왕복한 적도 있다.

이번 사업으로 국립목포병원을 소개받고 어머니를 입원시킨 보호자 김재철 씨는 “처음 어머니가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심장이 철렁했다. 국립목포병원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결핵과 함께 치매를 앓고 있는 그의 어머니는 국립목포병원에서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이곳 생활을 만족해한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이곳 의료진이 원하는 건 더 많은 환자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결핵 환자가 더 많이 국립목포병원을 찾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결핵 사각지대가 많다”며 “그들은 대체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립목포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데, 적어도 몰라서 치료를 못 받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진국 병’이라고 불리는 결핵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흔한 질병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 기준 국내 결핵 환자는 1만9540명에 달한다. 10만명당 38.2명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매년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 중 60%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국립목포병원 전경. [사진=국립목포병원]

국립목포병원 전경. [사진=국립목포병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