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홈플러스 운명 움켜쥔 금융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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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홈플러스 운명 움켜쥔 금융 재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 실패의 대가가 이 정도일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10년을 버티다가 느닷없이 회생 절차에 기대는 식으로 두 손을 든 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점은 그도 잘 알 것이다. 애초에 무리하게 빚을 내 대책 없이 비싸게 사들인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44조원을 굴리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를 범죄집단 취급하는 건 억울해할지 모른다. 미국인인 김 회장 시각에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최고의 PEF라고 해도 투자 실패는 늘 있는 일이다. 모든 포트폴리오가 좋을 순 없다. MBK에 홈플러스도 수많은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법정관리 책임론을 인정하면서도 펀드와 재벌(기업집단)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에 불을 제대로 질렀다. 천문학적 돈을 번 금융 재벌이 홈플러스 사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금융 재벌 만들어준 비밀

김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한국 부자 1위를 다투는 신흥 재벌이다. 재작년 한국 자산가 1위(포브스 기준 97억달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를 금융 재벌 반열에 오르게 한 건 PEF의 파격적인 수수료 체계에 있다. MBK는 매년 펀드 자금의 1.5% 안팎을 관리보수로 받는다. 연 수익률(IRR) 8% 이상의 이익을 거두면 초과 이익금의 20% 수준을 성과보수로 받는다.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한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만 오렌지라이프 등에서 대박을 터뜨려 1조원 안팎의 성과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투자금을 모두 날렸는데도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PEF의 관리보수는 일정 시점부턴 펀드를 집행해야 받을 수 있다. 10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면 처음 2년 동안엔 전체 펀드의 1.5%인 150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 실제 투자 금액에 대해서만 수수료가 나온다. MBK가 초대형 펀드를 앞세워 특유의 모멘텀 투자에 열을 올려온 것도 이런 수수료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가치 밸류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좋은 회사를 비싸게 인수한 뒤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풀린 시기에 더 비싸게 팔아 이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재벌 공격'도 자충수로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MBK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뒤늦게 김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MBK가 한국 재벌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고려아연, 한국타이어 등을 상대로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행동주의 전략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2012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벌인 전면전도 회자된다. 윤 회장이 MBK와 웅진코웨이 매각 계약을 체결한 날 돌연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선언하자 김광일 MBK 부회장은 웅진그룹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법원을 설득해 매각 계약의 효력을 되살려냈다.

홈플러스 사태는 MBK에 금융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다. 또 다른 금융 재벌 메리츠금융그룹의 역할도 지켜볼 일이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를 틀어쥐고 있는 최대 채권자다. 홈플러스 운명이 금융 재벌에게 달려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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