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문병기]관세전쟁에 담긴 트럼프의 세 가지 승리 법칙

3 days ago 7

문병기 정치부장

문병기 정치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멘토’ 로이 콘 변호사로부터 ‘승리의 법칙’을 전수받는 장면이 나온다. ‘악마 변호사’로 악명을 떨치던 콘이 야심에 가득 찬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 트럼프에게 전한 법칙은 세 가지다. ‘공격, 공격, 또 공격하라’,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두 부인하라’, ‘승리를 주장하고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말라’.

패배 인정 않는 트럼프의 무자비한 관세전쟁

영화적 각색이 가미된 장면이지만 세 가지의 승리 법칙은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역정을 관통하는 핵심 법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참모들에게 “나의 콘은 어디에 있나”고 물었다고 한다.

‘위협하든, 왜곡하든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법칙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발(發) 관세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중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한국과 유럽, 일본으로 타깃을 확대하며 쉼 없는 관세 위협을 퍼붓고 있다. 관세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경제학자들은 모두 ‘사기꾼’으로 몰아붙이고,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기업들의 미국 투자 검토 소식까지 싹싹 긁어모아 “관세 정책이 승리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관세 정책을 몰아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 한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철회하며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비춰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그 자체보다는 관세를 협상 카드로 얻어낼 경제적 이익을 더 중시한다는 해석에 따른 기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신념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뉴욕타임스 등에 자비로 낸 광고에서 “일본은 수십 년간 미국을 이용했다”며 관세 정책 부활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의 신념은 2000년대 미국의 제조업 붕괴로 이어진 ‘차이나쇼크’를 거치며 거의 종교적 믿음으로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와 재선에 목을 매던 첫 임기 때와도 다르다.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일부 정치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서둘러 ‘미국 우선주의’ 대못을 박겠다는 태도다. 조급하리만치 관세 정책에 목을 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이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때부터 미국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동맹국으로 한국을 지목해 집중 공격을 펴 왔다. 양국 간 실효 관세가 0% 수준이라는 해명은 부인하면서도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대성공이었다는 모순적 주장도 이어가고 있다.

협상 카드 아끼며 장기전 대비해야

정부는 다급한 모습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무 정지에서 복귀하자마자 “통상전쟁에서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재계엔 ‘민관 원팀’을 통한 공동대응을 당부했다.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지만 서두르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의 승리 법칙을 고려하면 트럼프 2기 관세전쟁은 장기전이자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에 에너지, 조선 협력 등 선물 보따리부터 풀어놓고 오는 방식의 외교는 되돌아봐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장기적 계획 없이 협상 카드만 소진했다간 더 거세지는 관세 태풍을 맨몸으로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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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정치부장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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