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녕 지시한 적 없습니까”

3 days ago 6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최근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그날 밤 정녕 저에게 의사당의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십니까”라고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어떤 법적 책임도 달게 받겠다”면서 “대통령님이 그날의 진실을 가리고 저와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군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위법 부당한 명령에 따라 부하를 사지로 몰았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부대원들을 국회에 출동시키고, 의사당 진입과 국회 단전 등을 지시한 핵심 인물이다.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그의 진술을 두고 윤 대통령 측에서 “의원이 아닌 요원” 운운하며 부인해 왔는데 이 의견서를 통해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라고 공개 질의나 촉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곽 전 사령관의 옥중 자필 메모에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우리 군은 의리를 원하는가? 정직한 것을 원하는가?”라며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바보처럼 보이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이 어떤 의도로 이런 내용의 글을 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자신의 증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대한 답답함, 부하들에 대한 미안함, 원치 않는 상황에 휘말려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복잡한 마음 등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날의 진실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후 곽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군경 지휘부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명확하게 전모를 설명한 적이 없다. 다만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가 있었다는 건 특전사 1공수여단장 등 곽 전 사령관 부하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등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내용이다. ‘정녕 지시한 적 없느냐’는 곽 전 사령관의 물음에 윤 대통령이 부끄럽지 않은 답을 내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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