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공급망 확대 외치며 단가 낮춰
“저가 압박에 해외 의존 커질 수도”
이유는 지난해보다 하락한 입찰 상한가 때문입니다. 올해 입찰 상한가는 고정식 기준 kWh(킬로와트시)당 171.229원인데, 이는 지난해 176.565원보다 3.02% 하락한 것입니다. 정부가 국산 공급망 확대를 외치면서 정작 입찰 단가를 낮춘 것에 대해 ‘엇박자 정책’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단가를 낮출수록 국내 기업들이 입찰하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한 에너지기업 임원은 “자재비, 인건비, 금융 비용 등 공급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입찰 상한가를 전년 대비 3% 이상 낮추는 것은 시장 상황을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국내에 생산 설비가 없는 해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맞추기 어려운 낮은 단가를 내밀며 프로젝트 입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상풍력의 경우 국내 생산을 한다고 해서 가산점 등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른 에너지기업 직원은 “생산 설비가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수주해 봐야 품질 보장이 되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낮은 입찰 단가는 터빈 등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 선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기술력과 운영 안정성이 주요 평가 요소였다면,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라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중국 터빈 제조사들이 국내 생산기지를 활용해 사실상 ‘택갈이’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타워, 하부구조물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심 공정을 베트남 등 저비용 국가에서 수행하고 국내에서는 단순 조립만 진행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의 역량 확보에도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과거 태양광 산업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분야는 중국산 등 해외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가 사실상 고사한 바 있습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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