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막 오른 쿠데타극…연극계 화제작 '킬링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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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 '줄리어스 시저' 재창작 연극
'시저 암살'에 초점 맞춘 구성으로 차별화
김준원·손호준·양지원·유승호 주연 캐스팅
예매 순위 1위…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 등록 2025-05-29 오후 3:25:08

    수정 2025-05-29 오후 3:25:08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가자, 시저를 죽이러!”

로마 공화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재창작해 만든 연극 ‘킬링 시저’는 원작과 다르게 시저 암살 장면을 극 초반부터 펼쳐낸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권력자를 죽이는 쿠데타를 벌인 이들이 광기의 중심에 서고, 또 다른 독재자가 탄생하며 오히려 더 큰 혼란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극의 초점을 맞추려 택한 변주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시저 암살을 비롯한 주요 장면은 절제미와 역동성이 잘 배합된 코러스 배우 7명의 예술적인 움직임과 다채로운 색감·형태의 조명 효과를 엮어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스산한 분위기의 배경음악까지 더해져 정치권력 암투극 서사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개된다.

무대는 권력의 상승과 하강, 이상과 현실, 죽음과 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이야기가 한결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경사진 원형 구조 세트로 꾸몄다. 배우들이 무대 위와 아래를 부지런히 오가는 다채로운 동선은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대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를 기울어진 채로 매달아 놓아 불안정한 정국의 상징물처럼 활용했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극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 당하는 절대적 지도자 시저 역,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 갈등하는 카시우스/안토니우스 역,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친구에게 칼을 꽂는 결단을 내린 뒤 괴로움에 시달리는 브루터스 역으로 각각 분하는 3명의 배우가 이끈다. 고독, 욕망, 갈등 등 각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숨 죽여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세혁 작가와 김정 연출이 의기투합해 무대에 올린 초연작이다. 인터미션 없이 약 90분간 시저 암살 및 그 이후의 이야기를 휘몰아치는 구성으로 집중도를 높였다. 시저 역에는 김준원과 손호준을 더블 캐스팅했고, 카시우스/안토니우스 역과 브루터스 역은 각각 양지원과 유승호에게 맡겼다. 지난해 공연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같은 배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던 손호준과 유승호가 이번엔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사진=토브씨어터컴퍼니)

오세혁 작가는 “원작의 주옥같은 대사는 그대로 살리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정 연출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지금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브루터스의 행위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묵직한 걸음으로 본다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킬링 시저’는 지난 10일 500석 규모 공연장인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막을 올렸다. 초연작임에도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과 대선 시기에 공연하는 정치 암투극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최대 예매처 놀 티켓(인터파크 티켓) 연극 부문 최신 월간 예매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이 공연은 7월 2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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