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 처방한 한약이라도 비대면 재판매는 위법”

15 hours ago 2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한약사가 이전에 방문한 환자에게 처방한 동일한 한약을 비대면으로 다시 판매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약사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9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한약국을 과거 방문한 적이 있는 환자로부터 다이어트 한약 30일분을 전화로 주문받고, 계좌이체로 25만 원을 입금받은 뒤 택배로 한약을 발송했다. 이 환자는 두 달 전 해당 한약국을 직접 찾아 상담을 받은 뒤 동일한 한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다. 문제의 한약은 약사법상 ‘의약품’에 해당했다.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 또는 의약품 판매업자가 약국 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쟁점은 과거 대면 처방을 받았던 환자에게 동일한 의약품을 비대면 방식으로 재판매하는 행위가 이 조항에 저촉되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약사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사법이 국민이 약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방식으로 약을 구입하도록 하고, 무허가 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취지를 지니고 있어 A 씨의 행위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비대면으로 판매된 한약이 과거 대면 문진을 통해 조제된 것과 동일한 약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B 씨가 다이어트 한약 복용으로 인한 별다른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추가로 대면해 문진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과정이 사실상 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환자의 한약 주문이 전화로 이뤄진 이상, 복용 전후 신체 변화에 따른 맞춤 조제나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 한약이 기존에 주문한 한약과 내용물이나 성분 및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고 해서 (법 위반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