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아침에 뒤집힌 교육 정책…수수료만 13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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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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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와 함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관련 업계에 대규모 혼란이 번지고 있다. 수천억 원의 민간 투자가 투입된 국가 전략 사업이 정책 축소 위기에 직면하자 발행사들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의 정의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하고, AIDT와 같은 디지털 형태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디지털 교육자료는 교육과정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교육부 장관 등이 이를 사실상 통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정부가 올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영어·수학,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서 도입한 AIDT는 시행 4개월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에 놓이게 된다.

교과서 지위 박탈이 예고된 가운데, 발행사들은 교육과정평가원의 최근 검정 진행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마감한 ‘영어과 AIDT 검정 수수료’ 공고에는 총 31건이 접수됐다. 발행사들이 평가원에 납부한 검정 수수료는 총 12억7600만 원에 달한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정책이 이렇게 뒤집힐 거였으면, 검정은 왜 그대로 진행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교과서협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규탄 집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교과서'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국교과서협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규탄 집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AIDT)의 '교과서'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AIDT 개발에는 업체별로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가 이뤄진 만큼, 법적 지위 상실은 콘텐츠 개발비 회수에 큰 차질을 빚을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과도한 투자 부담으로 인한 재무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재교육의 2023년 영업이익은 68억 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8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관계사인 천재교과서는 지난 3월부터 밀크티 사업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올해 2월 전체 인력의 30%를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비상교육도 ‘온리원’ AIDT 사업부를 축소하고 인력 재배치와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교과서 지위가 박탈되면 이를 채택하는 학교 수가 줄어들면서 민간 투자 회수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의 반발 역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AIDT 발행사들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지금은 법 통과가 아닌 기술적·교육적 객관성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AI 강국을 표방하면서 왜 교육 분야에서는 후퇴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허보욱 비상교육 콘텐츠컴퍼니 대표는 “우리는 국가 디지털 교육전환이라는 비전을 믿고 3년간 개발에 몰두했다”며, “AID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돕는 실질적 교육 도구”라고 강조했다.

발행사 측은 이번 법 개정이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학습지원 소프트웨어가 이미 교과서 범주에 포함됐고, 이에 근거해 정식 검정 절차까지 마친 만큼 법 개정으로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3조가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으로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그 주장의 법적 기반으로 제시됐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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