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기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범행 동기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23일 SBS는 살인 등 혐의로 전날 구속된 60대 남성 A씨가 지금까지 범행 동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었는데, 프로파일러 앞에서 결국 입을 열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전날 투입된 2명의 프로파일러에게 "그동안 생활비를 아들이 지원해 줬는데 지난해 지원이 끊겼다. 아들 사업이 잘되고 있는 데도 지원을 해주지 않아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생활비 지원이 끊겼다고 주장한 지난해에 총기 제작에 사용한 쇠 파이프를 구매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SBS는 전했다.
앞서 유족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A씨의 살해 동기가 '가정불화'로 알려진 데 대해 반박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마치 피의자의 범행에 어떠한 동기가 있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면서 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이 사건은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면서 피의자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아들 B씨의 아내와 자식들도 모두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한 후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면서 "이후 피의자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남편을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왔을 때, 총기를 재정비해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다"고 말했다.
또 "며느리가 다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나 수차례 개문을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했다"면서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했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 도봉구 쌍문동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사제 총기 총열 5~6개와 총기 제작 도구 등을 확보했다.
또 A씨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압수증거물, 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범행 준비 과정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