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출 막히자 韓시장 유입
연말까지 피해 신고 더 늘듯
국내 기업들이 무역당국에 신청한 ‘덤핑 피해 조사’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갈 곳을 잃은 저가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산업계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사 3곳(KG스틸, TCC스틸, 신화다이나믹스)이 중국산 석도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를 무역위원회에 신청했다. 이로써 올 들어 지금까지 무역당국에 접수된 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총 11건을 기록했다.
석도강판은 철판에 주석을 입힌 제품으로 식품 캔이나 페인트 통 등 각종 포장 용기에 주로 쓰인다. 이들 3개사가 덤핑 조사를 신청한 것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저가 석도강판이 국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3만2536t이었던 중국산 석도강판 수입량은 지난해 4만6012t으로 41.4%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수 판매량은 27만4480t에서 22만2344t으로 19% 급감했다. 이 기간 국내 생산량은 63만5505t에서 56만7087t으로 10.8% 감소했다.
올해 1~8월 무역위원회에 접수된 조사 신청 11건 중 7건은 ‘중국산 제품’이었다. 그중 광섬유,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필름, 산업용 로봇은 이미 무역당국의 산업 피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틸아크릴레이트(LG화학), 봉강(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 아연도금냉연(동국CM·KG스틸·세아CM) 등도 각 기업들의 신청으로 무역위의 조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올해 덤핑 피해 조사 신청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업계에서는 내년 초 덤핑 방지 관세가 만료되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한 재심을 연내 요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밀려드는 덤핑 피해 조사 요청에 무역당국도 비상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위는 1987년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보강을 마쳤다. 작년부터 조사가 진행된 9건과 올해 신청된 11건을 더하면 무역위에 계류 중인 것만 20건에 이른다.
무역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덤핑 조사 신청이 증가세에 있는 데다 사건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43명이었던 인력이 59명으로 늘었지만 산업 피해 조사 인력 1명당 2건 이상의 덤핑 사건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덤핑 행위에 대한 대응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제3국을 통해 들여오는 ‘우회 덤핑’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현재 관세법령상 우회 덤핑은 ‘공급국 내 경미한 변경’ 등만을 조사 대상으로 하는데, 연내 법령 개정을 거쳐 제3국 등을 통한 우회 유형까지 잡아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