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파란 넥타이 착용…野 당색 즐겨
비명계 주자와 만날 때에는 초록 택해
與·政과는 빨강 섞인 넥타이 매기도
넥타이 색깔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행보를 손쉽게 엿볼 수 있다. 평소에는 파란 넥타이를 즐겨 매지만 일정에 따라서 다른 색상을 택하고 있다. 비이재명계(비명·非明) 주자를 만날 때에는 녹색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하며 여당·정부를 만날 때에는 빨간빛이 도는 넥타이를 맨다.
24일 이 대표는 녹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최고위원회의에 나섰다. 최고위 이후에는 통합에 방점을 찍는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표는 조계종·태고종 총무원장을 만나 불교계 민심을 경청한다. 이후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초록빛이 감도는 넥타이를 착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지난 22일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났을 때는 파란색과 초록색 줄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를 맸던 바 있다. 비명계 주자들을 만날 때에는 초록 넥타이를 택한 것이다.
초록색은 민주당계 정당들이 즐겨쓰던 색상이기도 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1995년~2000년)를 시작으로 새천년민주당(2000년~2005년), 통합민주당(2008년), 민주당(2008년~2011년), 민주통합당(2011년~2013년)이 초록색을 당색으로 사용했다.
이 대표는 전통적 지지층을 달랠 때 파랑과 초록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지난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잇따라 방문할 때도 해당 넥타이를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에게는 통합·포용을 상징하는 색상이 초록인 셈이다.
중도 보수라는 점을 분명히 나타낼 때는 회색 넥타이를 즐겨맸다. 지난 21일 이 대표는 “세상에는 흑백(黑白)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색도 있다”며 “회색이 나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본인의 중도 보수 정체성과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면서 회색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경제 일정에 나설 때는 회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에선 회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맸다.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1월 8일)와 은행권 현장 간담회(1월 20일)에선 회색 넥타이를 꺼냈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연갈색·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맸던 넥타이다. 지난 19일에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하고자 해당 넥타이로 고쳐 맸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첫 지상파 방송에 나선 날이다.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당색을 섞은 경우도 있다. 여야정 협치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야 할 때다. 지난달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을 때에는 빨강색과 파랑색이 골고루 섞인 넥타이를 맸다.
빨강과 파랑을 섞은 보라색 넥타이를 맨 적도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여야정 대표가 모였던 국정협의회에선 보랏빛 넥타이를 착용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당색을 섞은 넥타이는 협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2021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빨간색(국민의힘)·주황색(국민의당)·노란색(정의당)·파란색(민주당) 줄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를 이 대표에게 선물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같은 넥타이를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선물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