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학교에 출근하지 말고 병가나 연가를 쓰세요."
8세 김하늘 양을 살해한 대전 모 초등학교 40대 교사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교장·교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지원청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학교 측은 A씨에게 '내일(11일)부터 학교에 출근하지 말고 병가나 연가를 쓰라'고 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와 함께 질병 휴직을 다시 내도록 권고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권 면직이나 질병휴직심의위원회를 여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처분에 격분한 A 교사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나흘 전 이유 없이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린 바 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교사는 지난해에만 8차례 병가와 조퇴, 질병 휴직을 반복했다.
병가와 조퇴가 잦아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부터였다. 그는 7월 9일과 8월 23일, 9월 2일과 13일 4차례 조퇴했다. 지난해 10월 7일과 10월 10~11일에는 병가를 썼다. 또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2월 8일까지 병가를 쓴 데 이어 곧바로 12월 9일부터 29일까지 질병 휴직을 사용했다. 당초 60일 휴직하겠다고 휴직계를 냈으나 어쩐 일인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30일부로 복직했다.
60일짜리 질병 휴가를 신청했다 20일 만에 복직한 A 교사는 '증상이 거의 없어져서 정상 근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진단서를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2021년 지금의 학교에 부임한 A 씨는 2023년에도 우울증 증 정신질환 치료를 이유로 병가를 59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임용된 A 교사는 24년간 재직하며 대전 지역 6개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범행을 저지른 학교에는 부임 후 지난해까지 매년 1~3학년 담임을 맡았다. 2021~2022년에는 영재교육과 융합인재교육, 과학동아리, 과학대회, 과학실 운영 등 업무를 맡았다.
2023~2024년에는 교통안전 지도와 녹색학부모회 조직, 새싹 지킴이 업무를 맡았다. 2023년과 204년은 A 교사가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가와 조퇴, 질병 휴직을 반복하던 때이기도 하다.
하늘 양의 발인식은 14일 오전 9시 30분께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며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한 뒤 대전추모공원에 봉안된다.
하늘 양은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께 학교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손과 팔 등에 자상을 입은 하늘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부검 결과 곳곳에서 방어흔이 발견돼 A씨의 공격을 막아보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A씨 또한 자해로 목 부위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수술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병원 목격자들에 따르면 가족들의 면회는 없으며 자는 듯 눈을 감고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교사로부터 범행 일부를 자백 받고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