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52번’ 물려받은 박준순, 두산 내야 재건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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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MVP…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유니폼
올스타 휴식기前 10경기 타율 0.421
“체력 회복하면 더 좋은 기량 기대
김재호 선배처럼 멋진 내야수 될 것”

‘루키’ 박준순은 덕수고 재학 시절 내내 2루수로 뛰었지만 6월부터 팀 붙박이 3루수로 출전하며 타석에서도 3할대 타율(0.319)을 기록 중이다. 두산 제공

‘루키’ 박준순은 덕수고 재학 시절 내내 2루수로 뛰었지만 6월부터 팀 붙박이 3루수로 출전하며 타석에서도 3할대 타율(0.319)을 기록 중이다. 두산 제공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함께 했던 선수를 떠나보냈다. 2004년 1차 지명을 받고 21년 동안 두산에서만 1793경기에 나선 김재호(40)다. 하지만 요즘 두산 팬들은 김재호가 남긴 마지막 선물 덕에 웃는다.

김재호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본인 은퇴 경기에 특별 엔트리로 선발 출장한 뒤 자신의 상징인 52번 유니폼을 올해 신인 박준순(19)에게 입혀주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팀 역대 유격수 가운데 최다 안타(1235개), 최다 타점(600타점), 최다 홈런(54개) 기록을 모두 쓴 ‘엄마 곰’ 김재호에 비하면 39경기 101타석에 나와 94타수 30안타(타율 0.319), 2홈런, 6타점을 남긴 박준순은 걸음마를 떼는 ‘아기 곰’ 수준이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걸음마가 이 정도라고?’라며 기대감을 높인다. 박준순은 올스타 휴식기 직전 10경기에서는 타율 0.421(38타수 16안타)을 기록하기도 했다.

잠실구장에서 최근 만난 박준순은 ‘올스타 휴식기에 흐름이 끊겨 아쉽진 않냐’는 질문에 “체력을 회복하면 더 좋은 기량이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올여름 폭염으로 후반기에는 체력 관리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박준순은 “1군에서 뛴 기간이 너무 짧아 아직 지칠 때가 아니다”라며 웃었다.

6일 은퇴 경기를 치른 김재호(왼쪽)가 박준순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입혀 준 뒤 포옹하는 모습. 김재호는 “수비를 잘해야 한다. 송구를 신경 쓰면 된다. 타격은 나보다 낫다”고 박준순을 격려했다. 두산 제공

6일 은퇴 경기를 치른 김재호(왼쪽)가 박준순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입혀 준 뒤 포옹하는 모습. 김재호는 “수비를 잘해야 한다. 송구를 신경 쓰면 된다. 타격은 나보다 낫다”고 박준순을 격려했다. 두산 제공
김재호가 유니폼을 입혀줄 때 “‘이걸 내가 입어도 되나’ 싶었다”던 박준순은 “김 선배님을 팬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선배님이 나가실 때 환호받으시는 걸 보면서 이 번호의 무게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재호의 은퇴 경기 날 두산은 7-6 역전승을 거뒀는데 팀 7번째 득점을 올린 선수가 바로 박준순이었다. 박준순은 “김 선배가 유니폼까지 물려주셨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준순은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윤혁 당시 두산 스카우트 팀장은 “박준순이 야수 전체 1번으로 지명될 것 같다. 공격, 수비, 주루 모두 다 되는 내야수다. 홈런 1위인데 발도 빠르다”고 평했다. 박준순은 실제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때 야수 가운데 가장 빠른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잠재력은 충분했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했다. 시즌 개막을 퓨처스리그(2군)에서 맞은 박준순은 4월까지만 해도 1군에서 타격 기회 일곱 번만 받은 뒤 다시 2군으로 돌아갔다. 5월 11일 다시 콜업된 후에는 타석에 한 번도 못 섰다. 하지만 박준순은 “오히려 좋았다. 그때는 자신이 없었다. 다들 제가 못 보던 속도의 타구들을 치셨다”며 “1군에 잠깐만 있다 내려가더라도 뭐가 부족한지를 깨닫고 2군에서 연습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밀했다.

5월 30일 세 번째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도 박준순은 ‘곧 다시 내려가겠지’라는 생각으로 1군 무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 자진 사퇴 이후 팀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박준순을 붙박이 3루수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덕수고 재학 시절 3년 내내 2루수로 뛰었던 박준순은 벌써 실책 10개를 채웠지만 “똑같은 실수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적응하기 한결 편해졌다”며 “지금도 부담이 있긴 한데 2루수 오명진(24), 유격수 이유찬(27) 형이랑 ‘으쌰으쌰’ 하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왕조 시절’ 내야 수비를 책임졌던 3루수 허경민(35)의 KT 이적,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로 내야를 재건 중이다. 그 재건 중심에 서야 하는 선수가 박준순이다. 김재호에게 ‘등번호’는 받았지만 아직 ‘전화번호’는 받지 못했다는 박준순은 “열심히 해서 선배님처럼 멋진 내야수가 될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각오를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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