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 202안타를 친 롯데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올 시즌에도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상대 감독들도 “던질 게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다 쳐요. 던질 게 없어요.”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31)가 올 시즌 얻어낸 고의4구 개수는 총 9개로, KBO리그 최고의 클러치 히터 최형우(KIA 타이거즈·7개)를 앞서는 이 부문 1위다.
지난 시즌에는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가 가장 많은 9개의 고의4구를 얻어냈다.
레이예스는 전반기만 뛰고도 이들 2명이 한 시즌 동안 기록한 수치를 따라잡았다.
투수들이 레이예스와 승부를 꺼릴 만한 이유가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9개 구간으로 나눈 핫&콜드존을 보면 벌겋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로 9개 구간 중 8곳이 타율 3할을 넘어 빨갛게 칠해져 있고, 레이예스가 우타석에 섰을 때 몸쪽 중단 코스 딱 한 곳만 옅은 파랑색으로 칠해진 상태다.
심지어 이 코스마저도 타율 0.276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 코스의 타율도 0.435에 달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실제로 레이예스가 약한 곳은 아니다.
더구나 레이예스는 올 시즌에도 포심패스트볼, 투심, 커터, 커브, 슬라이더,체인지업, 포크볼 중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2할 중반부터 4할대까지 높은 구종별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상대 배터리가 나와 어떻게 승부하는지 살피다 노림수를 갖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난 공을 맞히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레이예스가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만 반응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레이예스가 ‘배드볼 히터’(bad-ball hitter)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올 시즌 그에게는 섀도 존(shadow zone·스트라이크존 경계선 안팎에 공 1개씩 들어가는 너비를 뜻하는 구간)에 투구된 비율도 11.2%에 달했다.
그럼에도 존 밖의 공을 콘택트해낸 비율이 28.9%로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전체 타자 중 1위다.
투수들로선 ‘던질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질 만하다.
‘대한외국인’으로 불리는 롯데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태극기가 새겨진 밴드를 착용한 채 경기에 출전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에선 레이예스의 타석을 지켜보던 드림 올스타(삼성·KT·SSG·롯데·두산) 감독들이 칭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KT의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위즈TV’의 한 콘텐츠에는 이강철 KT 감독을 비롯한 김태형 롯데 감독,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 등이 레이예스에 대해 호평을 내놓는 장면도 담겼다.
이 감독은 “‘저 타자까지 연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타자가 몇 명 없는데, 레이예스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대행은 “갑갑해요. 진짜”라며 “좌타자가 나와도 치고, 다 쳐요. 던질 게 없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다른 팀 사령탑들의 칭찬 세례를 받을 정도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는 레이예스는 올 시즌에도 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태세다.
지난해 역대 한 시즌 최다 202안타로 새 역사를 쓴 그는 올 시즌 타율(0.340)과 안타(122개) 두 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면 200안타도 불가능한 수치만은 아니기 때문에 역대 최초의 2년 연속 200안타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더불어 롯데로선 2018년 전준우(안타·득점) 이후 없던 다관왕 배출에 대한 기대도 품을 만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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