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전략적인 선수 영입과 육성 효과를 동시에 내고 있다. 전반기 10승을 올린 선발 오원석과 원상현, 권동진, 안현민(왼쪽부터)의 활약 모두 트레이드 또는 육성의 결실이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가 전략적인 선수 영입과 육성 효과를 동시에 보고 있다.
KT는 투자에 신중한 팀이다. 외부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투수는 2015년 김사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듬해부터 10년간 2차 드래프트, FA 보상선수 지명, 트레이드, 방출선수 영입을 비롯한 제도를 활용한 게 전부다. 그럼에도 매년 KT의 별칭에는 ‘투수 왕국’이 빠지지 않는다.
올 시즌에는 풀타임 선발로 뛴 엄상백(한화 이글스)의 이적에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SSG 랜더스와 트레이드로 오원석을 영입한 효과가 컸다. 오원석은 이강철 KT 감독의 지도 아래 전반기 16경기에서 10승3패, 평균자책점(ERA) 2.78, 이닝당출루허용(WHIP) 1.24로 맹활약했다. 오원석을 품은 대가로 내준 필승조 김민의 자리는 육성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된 원상현이 전반기에만 13홀드를 수확하며 공백을 지웠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에이스는 (오)원석이 같다(웃음). (원)상현이를 보면서도 웃을 날이 많아졌다”고 뿌듯해했다.
야수진에서도 트레이드, 육성 효과가 동시에 나타났다. 엄상백과 함께 이적한 심우준(한화)의 공백도 더는 찾기 어렵다. 2022년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준원의 활약과 2021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품은 권동진의 성장 덕분에 유격수 고민이 사라졌다. 심지어 5월 장준원의 부상(발목) 이탈도 권동진이 곧장 메웠다. 권동진은 올 시즌 40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유격수 중에서도 최소 실책(11개)을 기록하며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나를 믿고 앞으로도 내게 주시는 기회를 잡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KT를 지탱한 힘 역시 두 효과에서 비롯됐다. 올 시즌에는 강백호, 황재균을 비롯한 주축 야수들의 적잖이 다쳤다. 하지만 안현민의 등장으로 공격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금세 사라졌다. KT가 공들여 키운 안현민은 wRC+(조정득점생산·스포츠투아이 기준) 1위(204.9)를 달리며 육성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롯데 자이언츠에 박세진을 보내고 영입한 이정훈도 26경기 타율 0.299, 3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3으로 힘을 보탰다. 천성호, 김준태를 LG 트윈스로 보내고 영입한 임준형은 부족했던 좌완 불펜층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KT는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에 힘입어 5위(45승3무41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2023년부터 2년간 전반기를 7위로 마치고도 연속시즌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성공한 KT로선 더 큰 도약을 노릴 상황이 갖춰진 것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