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를 뽑으라면 불, 전기가 아닐까 한다. 세 번째로 언급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100조원 이상의 대규모 AI 투자를 한다고 한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AI 분야 인재 양성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AI 인재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 보상을 제공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의 개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AI 인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I 인재의 경쟁력 격차는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뿐만 아니라 범용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초·중·고에서 AI 의무 교육을 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4월 서명한 ‘AI 교육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초·중·고 전체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의무 도입해 AI 관련 기본 소양을 함양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도 9월부터 초·중·고에서 AI 교육이 의무화된다.
AI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초·중·고 시절에 AI 교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학능력시험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능에 AI 교육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AI 인재 육성을 수능과 연계하는 것에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수능이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현실이 진실이다’라는 말처럼 수능 활용은 의미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중학교 교육과정엔 정보 교과과정이 68시간 이상 의무 편성돼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16학점(일반고·특수목적고) 또는 8학점(특성화고) 내에서 학교 자율로 편성하도록 돼 있다. 현재 고1 학생의 2028학년도 수능에서 일반고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공통이다. 특성화고는 직업탐구 과목에 ‘성공적인 직업생활’ 1개 교과를 공통으로 치른다.
특정 분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 학생에게조차 일률적으로 성공적인 직업생활 교과만을 공통 필수로 시험에 응하도록 한 것은 AI 시대 교육에 맞지 않을뿐더러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학업 선택권을 훼손하는 일이다.
2028학년도 수능 직업탐구 과목을 현재의 성공적인 직업생활 교과로 통합해 치르게 할 것이 아니라, 특성화고에 맞는 교육과정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계열의 특성화고 학생은 수능에서 ‘프로그래밍’ 또는 ‘인공지능 일반’ 등의 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등교육과정에 AI 관련 교과과정을 편성해 모든 학생이 AI 환경을 접하도록 하고, 수능에서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AI 시대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선도적으로 양성하는 국가를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