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댄 농협은행~' 대박 낸 이짜나언짜나 "골 때린다? 그게 저희 음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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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그룹 이짜나언짜나 인터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숏폼' 장악
'은행 플러팅송' 대박 이어 정규앨범 발매
"꼬아진 가사, 엉덩이 들썩이는 음악 꾸준히"
"'10년차 그룹', 실제 매력은 공연에서 나와"

사진=TEAM EZUZ(고윤태 작가)

사진=TEAM EZUZ(고윤태 작가)

"혹시 그거 알아? 그댄 너무 예쁘네요(농협은행). 못 알아듣는 모습까지 더 귀엽네(기업은행) / 대체 뭘 고민해(국민은행). 근데 언제 퇴근해(대구은행). 나 지금 너무 신나네(신한은행)"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끄는 '숏폼 세상'에서 제대로 화제를 모은 이들이 있다. 한 외국인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길을 물으며 '농협은행'이라고 말한 걸 '너무 예쁘네'로 잘못 알아들은 영상을 본 뒤 각 잡고 '은행 플러팅송'을 만든 2인조 듀오, 이짜나언짜나(이찬·박원찬)의 이야기다.

재치 있는 표현력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까지 더해지면서 2030세대는 물론이고,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진 이 곡을 두고 최고의 은행 홍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이짜나언짜나는 "사실 그 곡을 쓸 때가 팀 해체 위기에 가장 가까운 때였다. 시장에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으니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만든 여러 비트에 주구장창 녹음을 해봤는데, 그중에서 '왜 맛있지?', '춤을 추고 싶지?' 싶은 곡이 나온 것"이라며 웃었다.

이짜나언짜나는 은행 플러팅송인 '어니언하세요' 외에도 '미세먼지' '빵댕이 흔들어라'로 인기를 끌었다. 다나카 김경욱과 닛몰캐쉬 차청일의 '잘자요 아가씨' 안무를 만들어 대박을 터트리면서 '2024 코레오 어워드'에서 '올해의 댄스 챌린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숏폼 강자'·'밈 천재'로 불리는 이들을 10대들은 단번에 알아볼 정도다.

이찬은 "학예회 장기자랑에서 우리 노래를 한다더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의 음악은 20대 중반 정도 되어야 소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화법을 알아주는 시대가 왔고, Z세대들이 좋아해 주니까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박원찬은 "애초에 우리가 철이 없다. 대접받기보다는 같이 노는 걸 좋아해서 어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오히려 주변에서 '언제까지 그렇게 철없이 살래?'라며 걱정한다. 그런 게 어린 친구들 눈에도 보이는 것 같다. 초등학생들이 전혀 사인받을 것 같지 않은 종이를 들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그럼 우린 해주면서 좋아한다"며 웃었다.

'그댄 농협은행~' 대박 낸 이짜나언짜나 "골 때린다? 그게 저희 음악" [인터뷰+]

이들을 단순히 숏폼으로 뜬 '반짝스타'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이짜나언짜나는 2016년 데뷔해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온 10년 차 실력파 팀이다. MBC 대학가요제 금상 출신으로 버클리 음악대학 휴학 중인 이찬과 고등학생 때부터 힙합 동아리를 했던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 박원찬이 뭉쳤다. 팀명에 이들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기본적인 소울은 '있잖아, 그런 거 언짢지 않아?'다.

너무나도 가깝게 우리 인생에서 흐르는 소재들을 가져와 예리하게 짚어냈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순간을 재치 있게 풀어낸 '내리면 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층간소음', '잠금해제', '땀띠' 등의 곡이 있다. 이찬은 "생각나는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얕은 얘기를 하고자 했다. 그게 가장 울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과물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단단함과 견고함에 놀라게 된다. 지극히 현실적인 가사에서는 풍자와 해학이 유쾌하게 흘러넘친다. 멜로디는 진지함을 누르고 흥과 재미를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딘가 냉소적인 듯한데, 그 무엇보다 뜨겁다. 독보적인 이짜나언짜나만의 정체성이다.

자신들의 곡을 "가사가 꼬아져 있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이달 초 데뷔 후 처음으로 낸 정규앨범 '발칙'의 타이틀곡 '돈 내고 만지세요'도 이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예술 소비에 대한 당연한 태도에 경쾌한 풍자를 담은 이 곡을 통해 이짜나언짜나는 "돈 내고 만지세요", "소중한 내 사람들이 내 성공을 기다려요", "네가 하는 짓이 뭔 줄도 모르잖아"라고 직격한다.

아이디어는 박원찬의 아내에게서 나왔다. 박원찬은 "와이프한테 잘못을 해서 안아주려고 하니까 '돈 내고 만지세요'라고 하더라. 마치 우리 노래 같았다. 내 마음을 보상받고 싶은 귀여운 느낌이 들지 않나. 찬이한테 주제를 이야기했더니, 5분 만에 곡을 만들어서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이찬은 "너무 발칙하지 않나. 난 뱉으니까 통쾌하더라. 그동안 돈 안 내고 우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다 생각났다. 이걸 너무 심각해 보이지 않게, 디스곡 같지 않게 신나게 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앨범을 내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박원찬은 "우리는 매 싱글도 정규처럼 준비했다. 다만 오래 지켜봐 준 팬들에게 한 번에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앨범을 내고 싶었다. 새로운 모습 보여주겠다기보다는 '이짜나언짜나는 이런 팀이고,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러한 콘셉트를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형태의 앨범"이라고 답했다.

'그댄 농협은행~' 대박 낸 이짜나언짜나 "골 때린다? 그게 저희 음악" [인터뷰+]

'늘 하던 대로'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은 의외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지난해를 거치며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박원찬은 "작년과 재작년이 중요한 시기였다"면서 "'런닝맨' 등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허락된 건 다른 역할로 다른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사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욕심을 안 내기 시작한 거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더 어린 시절로, 본질로 가자고 했다. 성공 요인을 분석하면 할수록 이상한 곳에 가 있더라. 주변에서도 '좋은 곳에서 멋있는 거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그게 안 맞는 옷인 거다. 가장 우리다울 때, 사람들도 우리의 맛을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 필요 없고 우리 눈에 좋은지만 따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순위를 노려보기도 하고, EDM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우리다운 걸 하게 되더라.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작업이 끝나고 나니까 아이디어도 더 생긴다. 벌써 노래가 3, 4개는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랜 시간 팀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진한 사골처럼 우러난 팀워크였다.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이찬, 박원찬은 자신들을 "노부부"라고 표현했다. 고등학생 시절 수련회 무대에 함께 올라 드렁큰 타이거, 에미넴 리믹스를 선보였던 친구 사이에서 이제는 음악적 영감을 나누는 둘도 없는 영혼의 동반자가 됐다.

이찬은 "둘이서는 음악 얘기밖에 안 한다. 정말 다른데 갑자기 생각이 겹칠 때가 있다. 작은 카테고리 안에서만 생각이 겹치는데 그게 제일 날카롭더라. 이런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박원찬은 "우리가 뒤틀려 있다. 같은 걸 봐도 다르게 표현하고 칭찬도 이상하게 한다. 그런 게 이짜나언짜나로 음악을 하게 된 요인인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감 넘치고 추진력 있는 이찬, 섬세하고 생각이 많은 성향의 박원찬은 "매 순간이 위기다. 자식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은 부부"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음악이 우리를 다시 합치게 하는 자식이다. 우리가 겪은 걸 음악으로 풀어내면 팬분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원히 (음악을) 할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그댄 농협은행~' 대박 낸 이짜나언짜나 "골 때린다? 그게 저희 음악" [인터뷰+]

목표는 더 다양한 관객들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원찬은 "숏폼 챌린지도 잘 됐지만, 실제 우리의 매력은 공연에서 나온다. 무명 시절에 버스킹도 많이 했다. 길바닥에서부터 실력을 쌓아온 팀이라서 공연이 정말 즐겁고, 관객 만족도도 좋은 편이다. 공연이 우리의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8월을 목표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번 앨범을 내면서 저희 음악에는 언밸런스가 주는 통쾌함이 있다고 느꼈어요. 세상 모든 것들이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또 그런 밸런스를 요구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음악이 언밸런스한 걸 가지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여주는 순간 통쾌하더라고요. 부정적인 게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불만을 해결하는 작은 통쾌함이죠. 그런 걸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찬)

"미국 어느 놀이공원에서만 파는 케이크가 있어요. 그걸 먹기 위해 가기도 하거든요. 행복감을 기대하면서 가는 거죠. 저희 음악이 그런 것 같아요. 점점 더 그렇게 만들 거고요. 기분이 언짢았더라도 적어도 저희 음악 들을 땐 피식거릴 수 있게는 만들고 싶어요. '얘네 정말 골 때린다'는 느낌. 그게 저희 음악인 것 같습니다." (박원찬)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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