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밖 뛰쳐나간 직원들과 운동하다 공 잡은 KT 열혈 팬…로하스 대기록 뒷이야기

1 week ago 6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1사 1루서 좌월 2점홈런으로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최다 175홈런을 터트렸다. 경기를 마친 뒤 로하스가 174, 175호 홈런 기념구를 양손에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1사 1루서 좌월 2점홈런으로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최다 175홈런을 터트렸다. 경기를 마친 뒤 로하스가 174, 175호 홈런 기념구를 양손에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저희 KT 위즈 팬 분이 주우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마음이 놓여요.”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35)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5회말 1사 1루서 키움 선발 정현우를 상대로 시즌 11호이자, 통산 175호 홈런을 날렸다.

통산 175홈런은 1990년대 후반부터 KBO리그를 호령한 타이론 우즈(OB~두산 베어스)가 2002년 작성한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최다 174홈런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KT 구단은 홈런볼을 잡는 주인공에게 기부의 사례로 2026시즌 중앙지정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과 수원의 대표 갈비 전문점 가보정 식사권, 그리고 로하스의 친필 사인 유니폼을 선물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로하스의 타구가 비거리 135m를 날아 구장 밖에 떨어졌다.

관중석에 떨어졌다면 중계화면을 돌려본 뒤 홈런볼을 잡은 주인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테지만, 장외 홈런이 되는 바람에 자칫 기념구의 행방이 묘연해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KT 구단 관계자와 구장 안팎의 경호 업체 인원들은 홈런볼을 주운 주인공을 찾기 위해 부리나케 구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1사 1루서 키움 선발 정현우를 상대로 좌월 2점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1사 1루서 키움 선발 정현우를 상대로 좌월 2점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로선 다행히도 수원에 거주 중인 KT 팬 명성희(58) 씨가 공을 주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날 경기를 관중석에서 응원했던 명 씨는 이날 수원KT위즈파크 주변에서 운동하다 마침 로하스의 응원가를 듣곤 홈런볼이 장외로 날아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딸을 따라 올해부터 KT를 좋아하게 돼 부산과 광주, 대전에도 원정 응원을 갔다”며 “로하스 선수가 잘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어제(2일)도 외야에서 (로하스의 고국) 도미니카공화국의 국기를 흔들며 응원했는데, 로하스 선수가 손도 흔들어주고 좋은 기록을 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안현민 선수가 장외 홈런을 많이 쳐 홈런볼이 (구장 밖으로) 넘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며 “오늘(3일)도 운동을 하는데, 응원가를 듣고 로하스 선수의 타석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침 환호성이 들렸고, 내가 운동하는 방향의 20m 앞으로 홈런볼이 떨어졌다. 전력질주해서 공을 얻었는데,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명 씨는 또 “로하스 선수가 이 공을 보고 힘내서 잘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로하스 선수를 위해서라도, 팀 KT를 위해서라도 건강히 오래오래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그는 “어제 로하스 선수가 한 인터뷰를 봤다”며 “부침이 있더라도 ‘로하스 당신은 우리에게 슈퍼스타’라고 전하고 싶다. 대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명 씨의 홈런볼 획득 소식을 들은 로하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실 오늘 장외 홈런을 날리는 바람에 구장을 찾아주신 팬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우리 KT의 팬 분이 구장 밖에 떨어진 공을 주우셨다는 이야기를 듣곤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정말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오른쪽)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에서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홈런 1위에 오른 뒤, 홈런볼을 잡은 주인공 명성희 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멜 로하스 주니어(오른쪽)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에서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홈런 1위에 오른 뒤, 홈런볼을 잡은 주인공 명성희 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사실 로하스의 홈런이 구장 밖에 떨어지는 바람에 KT 구단 관계자들도 적잖이 고생했다.

보통 기념비적인 기록 달성의 순간이 오면 기념구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공에 표식을 해두는 게 일반적이다.

이날도 로하스의 홈런볼에는 검은색 마커로 된 표식이 있었다.

구장 밖으로 달려간 KT 구단 관계자는 홈런볼의 취득자가 잡은 공에 이 표식이 있는지, 타구가 날아간 방향과 일치한 곳에서 잡은 게 맞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장외 홈런의 경우 홈런볼과 무관한 행인에게 무턱대고 ‘공을 주우셨느냐’고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니 실제로 공을 잡은 주인공을 찾는 작업도 결코 만만치 않다.

다른 한편으론 올스타 휴식기을 앞두고 전반기 마지막 홈경기에서 로하스의 대기록이 나와 안도한 측면도 있다.

원정경기에서 원정팀의 선수가 기록을 달성할 경우에는 홈런볼의 취득자를 찾는 일부터 사례까지 하나하나 홈팀과 의논해야 하는 데다, 기존에 KT 구단이 내건 사례로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홈팀의 양해를 구해 별도의 사례를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결과적으로 구장 밖에 떨어진 공을 KT 팬이 주운 덕분에 로하스도, KT 구단 관계자들도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로하스가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올라선 순간을 모두 뜻 깊게 장식한 셈이다.

KT 구단은 명 씨에게 준비한 선물들을 모두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T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달성 순간 기념 문구를 전광판에 띄웠다. 사진제공|KT 위즈

KT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 5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역대 외국인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달성 순간 기념 문구를 전광판에 띄웠다. 사진제공|KT 위즈

KT 구단에는 로하스가 2017년부터 6시즌째 KT와 함께하고 있는 동료이자,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다.

로하스는 제이 데이비스(한화·7시즌)의 뒤를 잇는 역대 최장수 외국인타자 2위로, KBO리그의 또 다른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두산·8시즌)와 견줄 만한 선수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142경기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7로 KT 구단 최초의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2022년 KBO가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선정한 ‘레전드 40’에서 장종훈(한화 이글스), 김동주(두산), 심정수(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우타 거포 계보’ 4명에 든 전설적인 선수 우즈를 로하스가 제쳤으니 KT로서도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기념하는 게 당연했다.

로하스도 “반드시 홈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 바라던 대로 홈런이 나와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로하스의 역대 외국인타자 최다 홈런 기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웃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