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선택·전공의 유급 가능하도록 수련체계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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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선택·전공의 유급 가능하도록 수련체계 개편해야"

국내 의료 교육 체계에서 교수가 전공의를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일본식 문화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처럼 유교적 사제관계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만큼 이에 맞춰 전공의 수련 시스템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18일 개인 SNS를 통해 "국내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연차별 수련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유교적 '사제 관계'가 교수와 전공의 간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런 사실은 일본 도제식과 미국 계약식을 혼합한 국내 수련제도와 맞지 않다"고 했다.

앞서 국내 주요 대학들이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이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오지만 아직 이렇다할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건국대 등 일부 대학에선 복귀 선언한 의대생을 공개 비판하는 문제까지 불어졌다.

이후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고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이에 반박한 뒤 의료계 내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가 불거진 데 대해 "어제 오늘은 참 슬픈 날"이라고 표현한 권 교수는 "함부로 말하는 소수의 전공의와 가르치는 일에 관심 없는 소수의 교수 탓에 교수와 전공의 전체 간 갈등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냉정하게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식, 술기, 태도가 부적합한 전공의를 걸러내고 가르칠 능력이 없는 교수들이 가르칠 수 없도록 계약관계에 맞게 수련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며 독일처럼 병원을 바꿔 이동하며 수련받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전공의가 연차에 따라 꼭 받아야 하는 점수를 높이고 병원을 이동하면서 수련받도록 하면 서열화를 막고 '도제식 교육'도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가 선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교수도 일종의 평가를 받게 된다. 연차별 필수 점수를 높여 수준 미달 전공의를 유급시킬 수 있게 되면 의료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필수 획득하는 점수제도는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며 "8시간 넘는 수술도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고 수술한 날 밤을 새서라도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직업 정신도 실천해봐야 한다"고 했다.

교수가 밤새워 수술하고 있는데 전공의가 8시간 마다 교대하는 수련 제도에선 지식과 술기는 물론 직업 정신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의대 교수 임용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박사학위도 바꿔야 한다고 권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전임의 과정을 거쳤는지, 관련 수술을 몇건 했는지, 논문 실적이 어느정도인지가 필수조건이 되는 게 옳다"며 "박사학위 필수조건 탓에 전공의들이 교수에게 더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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