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협상 부분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티 고벨라 옥스퍼드대 일본학 및 국제정치학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중 한 나라가 미국과 나쁜 협정을 체결하면 다른 정부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서로 협력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를 겸하고 있다.
고벨라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는 상당히 진전했다”면서 “이같은 진전이 이재명 대통령 하에서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이 캠프 데이비드 협정(2022년)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 정부도 한미일 3각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대해 다소 다른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동맹은 전통적으로 북한문제에 집중했던 반면, 미일동맹은 대만문제나 중국에 대한 대응, 러시아의 도전 과제 등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벨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두 동맹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소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일부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고벨라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설령 (3자관계의 형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워싱턴 없이 한일이 양자 간 협력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벨라 교수는 한일이 나아가 “양자협력을 넘어 초국가적 안보 및 경제적 도전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프레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무역 및 안보비용 분담 압박을 받고 있는 양국이 이 문제에서 서로 자문을 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고벨라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최근 SK 최태원 회장이 한일이 LNG를 미국에서 공동구매하자는 제안 같은 것은 상당히 창의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양국의 내부 정치가 복잡하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따라서 “분쟁이나 이견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을 찾되, 국가 안보나 경제와 같은 핵심 문제에서는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벨라 교수는 “양국의 지도자들도 국내 및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세계 정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을 언급하면서 그는 “국제 체제가 더 불안정해진다면 (한일 양국이)‘협력하지 않는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