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접촉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관리를 파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4∼16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20일 우크라이나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이번주 대화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유럽 방문 기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해 14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난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도 소통 채널을 이어가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이날 러시아 외무부 청사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놓고 통화했다고 밝혔다. 11일엔 러시아가 그간 구금한 미국인 마크 포겔을 석방한 데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지 않게 하는 관계가 시작되길 바란다”며 “우리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포겔은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으로 모스크바 내 미국 학교 교사였다. 2021년 미국에서 러시아로 입국하던 중 짐에서 마약이 발견돼 체포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까지 변수가 많다. 로이터에 따르면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 대표단은 유럽 동맹국에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이 군사 지원을 하면서 미국산 무기를 쓰라는 것을 유럽이 받아들일지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보유 희토류를 달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 없이 어떠한 협상도 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한다면 러시아에 영토 교환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 중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