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가가 한국보다 약 3.9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8배 이상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약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본격적으로 약가 인하에 시동을 걸고 있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는 미국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랜드 코퍼레이션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대비 2.78배 높다고 밝혔다. 미국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5배 이상 높았고, 바이오의약품으로 한정할 경우 3.56배 높았다. 다만 제네릭의약품(저분자의약품 복제약)의 가격은 OECD 32개국보다 67%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었다. 제네릭보다는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를 좀 더 많이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약값은 평균 3.91배 높았다. 미국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8.37배, 바이오의약품은 5.7배 높았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약가가 다소 낮은 편에 속하다 보니 미국과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의 약가가 다른 국가들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본격적인 약값 인하 정책에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난 달 3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17개 글로벌 제약사들에 미국 의약품 가격을 국제 기준 수준으로 낮추고, 다른 선진국과 거래할 때 미국에 제시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한 신약 가격을 제시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제약사 매출 구조상 미국의 약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1위 매출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은 2024년 매출 888억2100만 달러(약 123조 원) 중 미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다. 2위 기업인 로슈의 2024년 매출은 604억9500만 스위스프랑(약 104조 원)으로, 이중 미국 매출 비중은 약 48% 정도로 추정된다.
또 법적으로 정부가 제약사들의 약가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기 행정부 시절 국제 약가를 참조해 의약품을 낮추고자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방 법원은 정부가 외국 기준으로 약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며 효력을 중단시켰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강한 반발과 법적 문제들을 종합했을 때 미국의 약가가 파격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했다.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보냈다는 내용이 공개된 31일 주당 164.74달러로 전날(167.26달러) 대비 약 2.5% 가량이 떨어졌지만 다음 날 이전 수준(167.33달러)으로 회복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