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민간식 넘보는 김…"K푸드 성공열쇠는 스토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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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전 김미 대표는 “북미에선 김을 ‘검은 종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소해했다”며 “모국 음식으로 사업을 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애니 전 김미 대표는 “북미에선 김을 ‘검은 종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소해했다”며 “모국 음식으로 사업을 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미국에서 뭔가를 팔겠다면 마케팅이 전부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음식이 특히 그렇습니다. 친근하고 익숙하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맛있어도 팔리지 않아요.”

K김 브랜드 김미 창업자인 애니 전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국의 비즈니스 특징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미는 창사 13년 만에 북미 1위 조미김 판매업체로 성장해 코스트코, 월마트, 타깃 등 2만여 개 매장에서 제품을 팔고 있다.

전 대표가 마케팅을 강조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북미 사람들은 김을 ‘검은 종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소해했다”며 “맛과 품질을 내세우기 전에 거부감을 없애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김 광고 캠페인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사람들이 김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 이유다. 김미 제품은 조미김업계 처음으로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클린라벨)과 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음에 내세웠다.

“LA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김에 대한 현지인 반응을 생생하게 끌어냈죠. 어떤 사람은 먹기를 망설이고 어떤 아이는 웃으며 맛을 보는 장면까지 가감 없이 전달하며 북미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김은 무서운 음식이 아니다’는 점을 알리는 마케팅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김은 훌륭한 원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이지만 소비자와 좋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맛보다 먼저 매력적인 스토리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 사업이 번창한 데는 K컬처 열풍 덕도 컸다. 그는 “1970년대엔 미국 사람 대부분이 일본만 알았는데 이제는 BTS, K뷰티, K드라마 덕분에 한국을 알고 김밥 같은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K푸드를 알린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내가 태어난 한국의 음식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서 한국을 알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전 대표는 미국 K푸드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1991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식품업체 애니천스를 2005년 CJ에 매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육아에 집중하다가 남편의 제안으로 2012년 김을 가지고 다시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덜 짜고 기름을 최소화한 건강한 간식용 김으로 현지 입맛을 공략했다. 소금과 오일도 모두 유기농을 사용했고 아보카도오일 등 건강한 재료로 만든 김스낵을 소개했다. 현지화를 위해 ‘K바비큐’ ‘데리야키’ 등의 시즈닝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개발해 김에 가미했다.

전 대표는 “김은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스시는 다 안다”며 “언젠가는 김도 ‘멕시칸 타코’처럼 미국 국민 간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0년 전만 해도 멕시칸 푸드는 미국인에게 낯설었지만 지금은 피자 햄버거 다음으로 인기가 많죠. 10살 때 김을 먹던 아이가 20대가 되고 그들이 또 자녀에게 김을 먹이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져서 김도 ‘제2의 멕시칸 타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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