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진은 올 시즌 두산이 배출한 히트상품이다. 지난해까지 1군 경기 출전이 9차례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을 통해 공·수를 겸비한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그는 ‘멘탈의 변화’를 반전의 비결로 꼽았다. 스포츠동아 DB
“오늘 하루 못 쳐도 내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은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다. 시즌 초부터 계속된 부진에 이승엽 전 감독도 자진사퇴했다.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개편하는 과정인데, 9위의 순위는 좀처럼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야 한다. 두산으로선 내야수 오명진(24)을 발굴한 게 올해 가장 큰 수확이다. 지난해까지 1군 9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그는 올 시즌을 통해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그 활약을 인정받아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하게 됐다. 그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사실 나는 퓨처스(2군)리그 올스타전도 못 가봤다.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좋은 기회로 올스타전에 나가게 돼서 많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오명진은 지난해 11월 이천 마무리캠프 때부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비활동기간에도 쉬지 않고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구슬땀을 흘렸다.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시범경기에선 타율(0.407)과 안타(11안타) 부문 1위에 오르며 기대를 키웠다.
이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3월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월 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좋은 흐름을 잇지 못했다. 조정을 위해 12일간(4월 11~22일)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두산 오명진(왼쪽). 스포츠동아 DB
그 이후부터 오명진은 완전히 달라졌다. 4월부터 6월까지 꾸준히 3할대 월간 타율을 유지했다. 3차례 결승타로 팀 승리에 직접 기여한 것도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 6월 이후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지난달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 유일하다. 그뿐 아니라 2루수로 200이닝, 유격수로 100이닝 이상 소화하며 내야 센터라인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그는 주저 없이 멘탈(정신력)의 변화를 반전의 비결로 꼽았다. 이 전 감독과 조 감독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코칭스태프가 오명진의 성패를 가늠한 포인트로 꼽은 게 바로 멘탈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오명진은 “역시 멘탈의 변화가 큰 것 같다”며 “일단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주신다는 것 자체로 마음이 많이 안정됐다. 지금은 오늘 하루 못 쳐도 내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다 보니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끝까지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팀은 지금 1승이 간절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좋은 모습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산 오명진. 스포츠동아 DB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