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집값이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실착공에 들어갔지만,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 인천대입구역에서 경기도 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 B노선이 이달 착공했다. GTX B노선은 전체 82.8km 가운데 인천대입구~용산(40km)과 상봉~마석(23km) 구간은 민자 사업으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고 용산~상봉(20km)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재정 구간이다.
GTX B노선 민자 구간은 지난해 3월 착공식을 열었지만 1년 넘게 삽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3월 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착공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서 공사에 나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구월동 일원에서 지장물 이설과 펜스 설치 등을 시작했다"며 "연내 터널 굴착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사에 큰 차질이 없다면 GTX B노선은 2031년께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나 서울역으로 이동하려면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리지만, GTX B노선이 개통하면 송도에서 여의도까지 23분, 서울역까지는 29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획기적인 교통망 개선으로 기대를 모으던 GTX B노선이 착공했지만, 인천 송도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다.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집값에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바닥 밑 지하실을 확인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올 정도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가 속한 인천 연수구 집값은 5월 셋째주 0.06% 내리면서 35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누적으로 1.81% 내려 인천 평균(-0.74%)을 훌쩍 넘어서는 낙폭을 기록했다. 개별 단지에서는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에서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는 전용 84㎡가 지난 12일 6억2500만원(4층)에 손바뀜됐다. 같은 층인 올해 1월 7억3000만원(4층)과 비교해 넉 달 만에 1억원 떨어진 액수다. 해당 면적 최고가인 12억4500만원(13층)과 비교하면 49% 하락했다. 같은 날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 1층은 5억85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 대비 53% 낮은 금액이다.
인근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이달 1일 6억6000만원(30층)에 거래됐다. 전달 7억원(30층)에 비해 한 달도 되지 않아 4000만원 내렸다. 최고가 10억7500만원(20층) 대비로는 약 40% 낮은 수준이다. '송도오션파크베르디움'도 이달 전용 75㎡가 5억8000만원(29층)에 팔렸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6억2000만원(48층)을 기록하며 오르는 듯싶었지만, 재차 5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 최고가는 9억원이다.
송도로 몰렸던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한 개업중개사는 "코로나19 시기 더샵송도마리나베이 등 송도 6·8 공구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이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요가 이탈하는 가운데 입주장도 겹쳤다. 올해 연수구에는 '송도럭스오션SK뷰' 1114가구와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 1319가구 등 총 377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송도 집값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송도는 입주 물량이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9공구와 11공구 등 앞으로 개발할 땅이 많다"며 "파주의 경우와 같이 GTX가 집값 상승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