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 수도권에서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영끌’(영혼 끌어모아 대출) 수요자 비중이 높은 수도권 외곽 지역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에선 노원이나 금천 등이, 경기도에선 동두천과 광주 등의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수도권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DSR를 산정할 때 1.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인다는 뜻이다. 연소득이 1억원인 수요자의 대출 가능금액(금리 연 4.2%, 30년 만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6억2700만원에서 5억9400만원으로 330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아파트 매수 수요가 일부 꺾일 수밖에 없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애초에 대출 의존도가 높지 않은 강남권 등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평균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노원(63.6%)이었다. 금천(62.9%), 은평(62.5%), 강북(62.2%) 등이 뒤를 이었다. 채권최고액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대출 의존도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강남(45.9%)과 서초(44.8%), 송파(42.6%) 등의 채권최고액 비율은 훨씬 낮았다. 목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영끌족’ 등이 주로 외곽 지역 매수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지난 19일 기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모두 보합(0)을 나타냈다. 서초(0.32%)와 송파(0.3%), 강남(0.26%) 등이 집값 상승률 상위 1~3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하반기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본격 시행되면 강남권과 외곽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기도에선 채권최고액 비율이 70%를 넘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동두천이 75.6%로 가장 높다. 광주, 오산, 부천오정, 파주, 화성, 양주, 용인처인, 의정부, 평택, 시흥 등도 70%대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기 북부나 동남부에 집중돼 있다. 과천(43%)은 대출 의존도도 강남권 수준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수석은 “단기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공급 감소나 기준금리 인하 등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장기적으론 외곽 지역도 대출 대신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등을 활용한 매수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